[비즈니스포스트] 고금리로 고전하던 HD현대건설기계 북미사업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건설기계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신제품 출시와 영업채널 강화 등 북미사업에 힘을 실어 왔는데 본격적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건설기계 북미사업 기대 커진다, 미국 금리인하 빅컷에 영업환경 개선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일 HD현대건설기계 등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부진하던 북미사업 실적이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북미의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면 건설장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북미 매출은 2022년 6456억 원에서 2023년 9828억 원으로 50%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457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7% 감소하며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북미지역 건설 지출이 감소하면서 딜러(현지판매사)의 재고조정이 이뤄진 탓으로 분석됐다.

북미 건설시장은 장기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부진이 이어져왔다. 7월 주택 착공 건수는 123만8천 건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7월 건설투자 역시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다만 최근 들어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는 기류가 감지된다. 8월 미국 주택 착공 건수는 7월보다 9.6% 증가한 135만6천 건으로 집계됐다. 주택 허가 건수 역시 147만5천 건으로 4.9% 늘었다.

여기에 4년 반만의 기준금리 인하가 북미 건설시장 회복세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시각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기존보다 50bp 낮춘 4.75%~5.00%로 설정했다. 시장이 지난주까지 예상했던 25bp 수준보다 더 큰 폭의 '빅컷'이 단행됐다.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이번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전부터 금리가 낮아지면 건설투자가 늘어 HD현대건설기계 사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 HD현대건설을 두고 “하반기는 미국의 금리 인하 영향에 따른 수요 반등과 더불어 상반기 대비 개선된 영업 환경을 기반으로 실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북미사업 목표를 높이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북미 시장 회복을 선제적으로 대비해왔다.

HD현대건설기계는 북미 메가 딜러를 추가로 육성해 북미를 포함한 선진지역 매출 비중을 올해 4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HD현대건설기계의 선진시장 매출비중은 2022년 31%에서 2023년 38%로 증가했다. 

북미시장 매출비중만 보면 지난해 4분기 24%에서 올해 1분기 26%, 2분기에는 27%로 높아지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북미사업 기대 커진다, 미국 금리인하 빅컷에 영업환경 개선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앞열 왼쪽 여덟 번째)이 현지시각 4일 미국 조지아주 브룬스윅에서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의 개소식에 참여해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북미시장에서 생산과 유통 거점을 확충했다.

9월 초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Customization Center)를 미국 조지아주 브룬스윅(Brunswick)에 열었다. 기존에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각각 운영하던 조립센터를 연면적 약 4만1300㎡ 규모로 합쳤다.

통합센터는 한국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고객 주문에 맞춰 조립 완성한다. 두 회사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교차 판매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HD현대그룹 건설기계 사업을 총괄하는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개소식 참석을 비롯해 현지 딜러 회동, 북미법인 리더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북미사업을 직접 챙겼다.

조 사장은 "북미는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시장 및 고객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재 다방면으로 추진 중인 전략들이 빠른 시일 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달라”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앞서 6월에는 북미 최대 딜러인 NED(National Equipment Dealers)와 미국 주요 거점에 HD현대건설기계 전용 플래그십 매장을 설립하는 MOU를 체결했다.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등에 전용 매장을 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를 늘리기 위함이다.

같은 달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거(Mississauga)에 처음으로 부품유통센터(PDC)도 열었다. 지역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부품을 효율적으로 공급해 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HD현대건설기계는 북미에서 소형 제품 라인업과 유통망을 확대하며 협소한 도심 지역 공사가 늘어나면서 소형 굴삭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장비 시장에도 대응하고 있다.

북미를 포함한 선진시장에서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 등 협소한 공간에서 수행되는 공사가 많아 소형장비의 판매 비중이 높다. 

7월에는 258 순마력(192kW)의 풀사이즈 크롤러 굴착기 HX355A LCR 라인업을 확대했다. HX355A LCR는 공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해 건설과 조경 등에서 굴착과 평탄화 작업을 필요로 할 때 다용도로 활용가능하다.

6월에는 미니 유압굴착기 HX-A 시리즈 신모델 4종을 출시해 도심과 농가, 전원주택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이 요구되는 북미 건설기계 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지난해 7월 HD현대건설기계 북미법인은 소형 장비 판매와 지원을 전담하는 팀을 새롭게 꾸리고 장비 부문 영업과 딜러 개발에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경력자들로 팀원을 구성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HD현대건설기계가 연초부터 미니 굴착기 등 신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 부분이 하반기 영업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