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그룹주가 신조선가 상승과 전력기기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HD현대그룹 종목들의 실적 추정치를 올려 잡고 있다. 외국인투자자 역시 연일 HD현대그룹주를 사들이며 증권가의 분석에 신뢰를 더하고 있다. 
 
HD현대그룹주 순항 예감, 신조선가 상승이 끌고 전력기기 산업 성장이 민다

▲ HD현대가 조선업 장기 호황에 최선호주로 꼽히고 있다. 조선뿐 아니라 전력기기 초호황까지 더해 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일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지주사 HD현대의 2024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HD현대의 이익 추정치를 월별로 보면 6월 2조9868원에서 7월 3조736억 원, 8월 3조2026억 원, 9월 3조2029억 원으로 높아졌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계열사들의 호실적에 더해 전력기기 구조적 성장에 실적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HD현대일릭트릭이 보탬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HD현대그룹에는 지주사인 HD현대를 포함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 9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HD현대는 예상보다 부진한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실적에도 조선과 전력기기, 선박 애프터서비스(현대마린솔루션) 등 다양한 자회사들의 영업실적 강화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변화한 사업이 업황 변동성을 보완하면서 실적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조선업 최선호주로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이 아닌 HD현대그룹을 내세우는 이유로는 더욱 높은 이익 개선폭과 주주환원 기대감 등이 꼽힌다. 

한화오션은 2024년 영업이익 2522억 원을 거둬 지난해 1965억 원 적자에서 탈피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이익 4729억 원을 올려 지난해 2333억 원보다 2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HD현대그룹의 계열사별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1조3533억 원으로 전년(2823억 원)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도 6509억 원을 올려 전년(1786억 원)보다 3.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미포는 올해 영업이익 644억 원을 거둬 2021년부터 3년 동안 이어진 영업적자를 탈출 할 것으로 전망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의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변압기 부족 현상이 심화해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압 대형 변압기 및 승압기의 리드타임(주문에서 제품 받는 시간)이 30~60주에서 120~130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영업이익 7125억 원을 올려 지난해(3152억 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그룹 조선사들의 이익 개선폭이 훨씬 큰 상황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배당과 자사주를 조합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해 조선업에서 첫 배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외국인투자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9월 들어 직전 거래일까지 누적으로 외국인투자자는 HD현대그룹 9개 종목을 모두 순매수해 197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전력기기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을 755억 원으로 가장 많이 담았고 조선업종인 HD한국조선해양 357억 원, HD현대마린솔루션 268억 원, HD현대미포 268억 원, HD현대중공업 187억 원 등도 골고루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중공업 주식을 30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고 한화오션은 10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9월 들어 직전 거래일까지 4조8204억 원어치를 판 것과 대조적으로 HD현대그룹 조선업종 위주 매수세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HD현대그룹주 순항 예감, 신조선가 상승이 끌고 전력기기 산업 성장이 민다

▲ HD현대미포가 건조하고 있는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조감도. < HD현대미포 >


장기 조선업황 기대감이 기대되는 이유로는 신조선가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 및 후판가격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금리인하로 인한 발주환경 개선 등이 기대가 꼽힌다. 

신조선가는 머지않아 2008년 9월 첫째 주 기록한 초호황기의 역사적 고점인 191.58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초호황기 역사적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늦어도 2~3달 안에 고점을 돌파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9월 3주차 신조선가 지수는 전주보다 0.07포인트 오른 189.77을 기록했다. 2020년 초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선사들이 수주잔고를 채워 건조 도크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발주가 지속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선주사들이 높아지는 선가를 부담할 수 있는 해운업황이 유지되고 친환경선 위주로 발주가 나올 것으로 전망돼 장기간 조선업황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도 전망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가를 부담하는 고객은 더 많은 배를 동시에 투입해야 하는 선주사들인데 해상운임이 지난해보다 상승하고 있다”며 “친환경선 위주로 선대를 교체하기 위한 재원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 건조에 시간이 걸리고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변수에 따라 신조선가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보수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판매가격을 의미하는 신조선가 상승에 더해 원가에서 2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선주사의 발주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장기 호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월 셋째 주 후판 가격을 살펴보면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91만 원, 수입 가격은 톤당 75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유통 가격은 1년 전보다 16.5% 떨어졌고 수입가격은 12.8% 하락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밀어내기 효과로 철강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후판 가격의 기저효과는 (조선업종) 수익성 개선 촉매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리인하는 선주사들의 발주환경 개선이라는 효과로 조선업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HD현대그룹주는 올해 들어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직전 거래일까지 HD현대 주가는 24.33% 올랐다. HD현대일렉트릭 주가가 244.89% 뛰며 HD현대그룹주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고 HD한국조선해양(51.36%)과 HD현대중공업(45.43%), HD현대미포(20.26%) 등도 20% 넘게 상승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