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9-02 11: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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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마사회가 1700억 규모 부동산 자산인 서초부지 매각을 다시 한번 추진한다.
다만 한국마사회가 10%나 가격을 낮췄음에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이 성사될지 회의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한국마사회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72-4, 1672-6번지 일대의 모습. <한국마사회>
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8월29일 한국마사회 본관 대회의실에서 제9차 이사회를 열고 서초부지를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입찰 과정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부지를 낙찰받는다. 한국마사회는 매각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단독응찰도 유효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매각 예정 가격은 2개 감정평가법인 평가액의 산술평균으로 정해진다.
앞서 대한감정평가법인과 가온감정평가법인은 2023년 6월30일 서초 부지의 평가금액을 각각 1736억4960만 원, 1708억4880만 원으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초 부지의 감정평가금액은 1722억4920만 원으로 설정됐다.
다만 한국마사회는 올해 6월 진행한 입찰 공고에선 최저입찰가를 이보다 10% 낮춘 1550억2428만 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공매 시스템에서 최저입찰가는 유찰이 반복되면 최대 5번, 50%까지 낮아질 수 있다.
입찰 기간은 2024년 9월9일부터 9월27일까지로 공고는 9월19일에 나온다. 대금납부조건은 기존 3년 분할 납부에서 완화된 5년 동안 3회차 분할 납부로 정해졌다.
한국마사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72-4, 1672-6번지 일대에 1400.4㎡ 규모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인 교대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금싸라기 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마사회는 2011년 장외발매소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 교대역 인근 부지를 매입했다. 다만 서초구청과 지역 주민의 반대에 막혀 2012년 건축 허가가 취소되면서 장외발매소 조성이 무산됐다.
한국마사회는 2012년 11월 이사회를 열고 서초부지를 단기 임대한 뒤 적정한 시점에서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 한국마사회는 2017년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전자판매와 임대 10년, 연임대료 16억 원의 서초부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판매는 서초 부지를 임대한 뒤 직접 일반철골구조 판매시설을 짓고 삼성스토어 서초를 운영하고 있다. 건물의 규모를 살펴보면 지하 2층~지상 5층으로 연면적은 6119.7㎡에 이른다.
▲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2023년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마사회가 서초부지 매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7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부채 감축 및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비핵심 부동산 매각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는 2023년 7월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초부지 매각 추진 계획을 의결한 뒤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취소공고를 제외하고도 6번의 일반공고 및 재공고를 내면서 서초부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다만 한국마사회의 서초부지 새 주인 찾기는 높은 금리, 높은 가격, 교대역 초역세권치고는 아쉬운 임대료 및 임대수익률로 인해 유찰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722억4920만 원으로 시작된 서초부지의 최저입찰가는 1550억2428만 원까지 인하됐다. 그러나 10%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복잡한 소유권 관계도 서초부지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에 따르면 현재 서초부지의 토지는 한국마사회가 보유하고 있으나 건물의 소유권은 삼성전자 판매가 쥐고 있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데다가 삼성전자판매가 2028년까지 토지 임차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토지 매수자는 해당 부지를 구매하더라도 최소 2028년까지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서초부지 외에도 켄싱턴 리조트 회원권, 한국콘도 회원권 등을 매각하는 등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초부지가 이번에도 매각되지 않으면 10월 진행되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22년과 2023년 국정감사에서 잇따라 서초부지 매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한국마사회가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서초구 서초동 424평 규모의 땅을 매각하려 하고 있다”라며 “2019년에 마포부지도 민간에 매각해서 민간 회사만 배를 불리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 서초동도 매각하려고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023년 농해수위 국감에선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2022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서초 부지와 관련해 남긴 발언을 토대로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감에서 정기환 마사회장이 2022년 국감에서 위증했다며 비판했다.
앞서 정기환 회장은 2022년 국정감사에서 2024년 하반기까지 서초부지를 매각하겠다는 한국마사회의 계획과 관련해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자 “실제 매각이 이뤄지는 시점은 2024년 말이 아니라 2028년”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서초 부지 매각 계획은 중장기적 매각 검토 대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