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연달아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중장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그룹의 원료의약품(API)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주요 제약사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에스티팜의 수혜 가능성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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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최근 연이은 원료의약품 공급에 힘입어 중장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3일 에스티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가 연간 매출이 수조 원에 달하는 저분자 신약의 원료공급사를 기존 중국 기업에서 에스티팜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최근 에스티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알려졌다. 아직 실사와 구매주문(PO) 단계가 남아 있으며 2025년 시생산을 시작한 이후 공급 물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에스티팜은 설명했다. 

원료공급사 교체 배경은 미국 생물보안법안 영향으로 해석된다.

생물보안법안은 미국인의 건강 및 유전정보를 타국 기업들이 비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이다. 중국 바이오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테크 등이 거래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정부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민간 기업, 연구기관 등은 중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안 상임의원회 통과를 주도했던 의원들은 19일 로버트 캘리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에게 중국인민해방군 관련 임상시험에 대해 지식재산권(IP) 및 기술이전 위험 등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등 중국 바이오제약 생태계 조사를 강화하며 생물보안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생물보안법안은 9월 말 하원 전체회의에서 중국과 관련한 법안들을 다루는 이른바 ‘차이나 위크’에 맞춰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돼도 상원의 표결을 거쳐야 하며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는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생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미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생물보안법안은 기존 계약에 2032년 1월1일까지 적용을 유예하고 있어 제약사들이 급하게 CDMO 기업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지만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는 중국 기업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는데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CDMO 기업들이 미국 의약품 공급망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CDMO 기업들이 빼앗아 올 물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CDMO 3위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물보안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실적발표에서 생물보안법안이 통과돼도 민간 자금 지원 프로젝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별도로 언급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기준 매출 3조2천억 원 가운데 미국이 4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능력과 공장가동률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에스티팜을 비롯한 국내 CDMO 기업들은 수혜를 나눠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증권가는 바라본다. 에스티팜도 그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에스티팜은 저분자 화합물 및 올리고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이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cGMP) 인증을 받았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다른  품목에 비해 수주가 부진했던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을 제치고 원료공급사로 선정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번 계약은 상대적으로 에스티팜의 비주력 사업인 저분자 신약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에스티팜이 7월 기업설명회에서 언급했던 대로 생물보안법 영향은 현재 주력 사업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 신약 이외에도 저분자 신약과 메신저리보핵산(mRNA)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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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티팜은 하반기 매출로 상반기 영업손실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에스티팜은 설립 초기 저분자 신약 CDMO 비중이 높았으나 상대적으로 고마진 사업인 올리고 신약 CDMO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에스티팜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올리고 신약 CDMO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14일 유럽 제약사를 상대로 863억 원 규모 고지혈증치료제 올리고 신약 상업화용 물량 공급계약을 따냈다.

유진투자증권은 해당 물량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렉비오’와 계약한 물량으로 추정했다. 2024년 에스티팜의 렉비오 원료의약품 추정 공급량이 약 4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5년 공급물량이 약 2배 증가하는 것이다.

해당 물량의 계약기간은 2025년 12월9일까지이며 하반기 순차적으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에 고객사 물량 200억 원이 하반기로 이연되면서 상반기 적자 전환했던 에스티팜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에스티팜은 상반기 매출 963억 원, 영업손실 11억 원을 냈다. 2023년 상반기 매출 1084억 원, 영업이익 53억 원에 비하면 적자로 돌아섰지만 하반기 거둬들일 매출이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4분기 매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250억 원, 영업이익 45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32.3% 늘어나는 것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