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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 |
현대가문의 젊은 3세가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29) 루트임팩트 대표다. 정 대표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다.
◆ 사회적기업가 육성하기 위한 비영리기업 설립
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경영대학원을 다니거나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는 다른 재벌가 2~3세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2012년 루트임팩트를 만들었다. 루트임팩트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는 젊은이들을 발굴하고 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기업에게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설립 당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며 “선한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루트임팩트는 사회공헌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꾸준히 돕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선발해 사업구상부터 수익모델 수립까지 전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 어린 시절, 폐지 줍는 사람을 보고 죄책감
정 대표는 1986년생으로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뒤 할아버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현대가문이 설립한 ‘아산나눔재단’에서 1년여 간 인턴으로 일했다. 아산나눔재단의 시작부터 함께 한 초기멤버인 셈이다.
10대 시절 그는 ‘왜 나는 폐지 줍는 분들을 보면 죄책감을 느낄까’ 하고 고민했다. 그 고민이 루트팀팩트를 설립하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대학교 때부터 지금과 비슷한 일을 시작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시절 문화기획 동아리 ‘쿠스파(KUSPA)’를 만들었다. 자선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아마추어 음악인을 돕기 위한 콩쿠르를 열었다.
2010년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모인 재능기부단체 ‘크리에이티브 셰어(Creative Share)’를 만들었다. 당시 현대차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와 함께 광고공모전, 네이버와 함께 기부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한계를 깨달았다. 그는 “재능기부자들만 모여 단체를 운영해보니 한계가 있었다”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자투리 시간을 내는 것으로 부족하고 이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뒤 진로를 바꿔 얼마 뒤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그는 “네가 번 돈도 아닌데 돈 끌어다 쓸 생각부터 하느냐”며 완강히 반대하는 아버지 정몽윤 회장을 설득했다.
그는 루트임팩트를 ‘록펠러재단’이나 ‘아쇼카’처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다. 록펠러 재단은 100년에 걸쳐 록펠러 가문의 자선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아쇼카는 세계적 사회적기업가 지원단체다.
◆ 현대가 3세라는 선입견도 감당해야 할 몫
정 대표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부잣집 도련님의 허영심이나 취미는 아니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정 대표는 이때마다 “그런 시선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하지만 내가 진정성을 갖고 묵묵히 하다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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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
루트임팩트도 법인인 만큼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다닌다. 루트임팩트의 직원은 11명이다.
현재 루트임팩트는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아버지 정몽윤 회장은 루트임팩트의 가장 든든한 기부자다.
루트임팩트는 현대해상의 사회공헌활동 ‘소녀 달리다’의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다. 이것도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도 이런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 도움은 딱 3년만 받기로 했다”며 “새로 시작하는 사업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컨설팅 등 외부 용역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06년 처음 현대해상 지분을 산 이후 최근까지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2만5300주를 추가로 매입해 현대해상 전체 지분의 0.2%를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