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학개미(미국증시에 참여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엔비디아를 떠나 다시 테슬라 주식을 담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월가에서도 테슬라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어 서학개미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테슬라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최선호주 지위를 되찾았으나 월가에서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
29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5일 기준 국내투자자들의 미국증시 보관금액 1위 종목은 테슬라(약 129억 달러)로 집계됐다. 2위는 엔비디아(약 115억 달러)다.
테슬라는 오랫동안 서학개미들의 최선호주로 보관금액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반도체 테마 열기로 지난달 3일 결국 엔비디아에 1위를 내줬다.
이후 엔비디아가 1위를 줄곧 유지했으나 이달 2일에 테슬라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약 한 달 만에 왕좌로 복귀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AI 반도체 테마가 과열 우려를 겪으면서 지난달 말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자율주행 시범사업 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 강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서학개미의 러브콜을 다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7월1일 기준 보관금액은 엔비디아가 약 131억 달러였으나 7월25일 기준 약 115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약 126억 달러에서 약 129억 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은 예기치 못한 악재에 마주해야만 했다. 테슬라의 2분기 순이익이 약 14억8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5%가량 급감한 것이다.
전기차 판매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출혈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테슬라 주가는 현지시각 24일 12.33% 폭락한 채 마감했으며 이후에도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테슬라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주가 급락 이후 매수세가 더욱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4일부터 26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증시 종목 2위는 ‘디렉시온 데일리테슬라불2X’로 477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최소 80%의 순자산을 테슬라의 주식 뿐 아니라 옵션, 스왑 등에 투자해 테슬라 주식의 매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같은 기간 국내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주식 자체도 1206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엔비디아 주식은 같은 기간 4032만 달러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테슬라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적극 매수를 한 셈인데 문제는 월가에서 내놓는 향후 테슬라의 전망도 대개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월가 독립 리서치기업인 CFRA의 개럿 넬슨 연구원은 테슬라의 2분기 실적발표 직후 “당분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목표주가를 250달러에서 240달러로 낮췄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가 테슬라 목표주가를 255달러에서 230달러로, HSBC도 130달러에서 118달러로 하향조정했다.
▲ 예전부터 월가에서는 테슬라 주식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인지도로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장에서는 투자의견 하향조정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 증권가에서도 특히 테슬라와 같은 대형종목의 경우 투자의견이 낮아지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테슬라의 월가 투자의견은 벌써 4곳에서 하향조정됐다.
테슬라의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증권사인 캔토르 피츠제럴드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25일에는 KGI증권이 테슬라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리서치 기업인 뉴스트리트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춰 잡았다.
심지어 매도의견도 새로 나오고 있다.
필립증권은 테슬라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추며 “중국에서 경쟁심화 등 악재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며 "현재 호재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 바라봤다.
미국 금융투자매체 모틀리 풀도 “테슬라의 로보택시와 옵티머스 로봇도 아직은 미지의 사업영역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며 “또 알파벳과 달리 테슬라의 경우 이같은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다 녹아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GM과 포드의 PER(주가수익률)이 7배를 밑도는 데 반해 테슬라는 63배를 웃도는 수준”이라며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CEO)의 인기에 기반한 과열”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