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인프라코어가 건설기계 불황에 따른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수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된 후 재건사업이 진행되면 HD현대인프라코어가 실적 반등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시행되더라도 HD현대인프라코어가 큰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HD현대인프라코어 실적 반등 열쇠 '우크라이나 재건'? 낙관 어려운 이유

▲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시행에 따른 HD현대인프라코어 수혜폭을 놓고 증권업계에서 엇갈린 시각이 나오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38톤급 굴착기.  < HD현대인프라코어 >


23일 건설기계업계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사업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되는 HD현대인프라코어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러-우 전쟁 종전 및 재건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건설기계 업체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HD현대인프라코어는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HD현대인프라코어는 2분기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19일 종가보다 6.92% 높아진 8340원에 마감했다.

23일 역시 장 초반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내내 강세를 보이다 5.88% 오른 8830원에 장을 마쳤다. 이틀간 주가 상승폭은 13.21%에 이른다.

이는 21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무게가 실리며 종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HD인프라코어 실적 개선에 대한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과거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일본 건설기계 업체들은 재건 수요로 내수 부진을 만회한 바 있다”고 바라봤다.

HD인프라코어를 비롯한 HD현대 건설기계 3사는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HD현대 3사는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이후 현지 접촉면을 적극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2023년 9월14일 한-우 재건협력포럼에서 미콜라이우 주정부와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건설장비를 공급하고 건설장비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이라크 재건 사례를 통해 보면 이번 우크라 재건은 최소 7500억 달러(1040조 원)가 소요되는 만큼 건설·기계·원전·방산 등 광범위한 수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2011년 지속된 이라크 전쟁 종전 후 해외 건설 등 수주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실적 반등 열쇠 '우크라이나 재건'? 낙관 어려운 이유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및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


전후 3년 평균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건설업계 이라크 공사계약은 2억3천만 달러에서 52억5천만 달러로 22배 넘게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시한 국가 복구 계획에 따르면 ‘주택·지역 인프라 복구 및 현대화’와 ‘에너지 자립 및 그린딜’에 2800~3800억 달러(약 388조~527조 원)가 소요된다. 

또한 한국은 전쟁 이후 복구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건설기계 업종에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게 강 연구원의 분석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따른 HD인프라코어의 실적 개선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우크라이나 굴착기 연간 판매량이 100대 수준”이라며 “2012년 미군의 이라크 철수 이후 3년간 한국산 굴착기의 이라크 수출은 이전 10년 평균 대비 4.5배 증가했는데 유사한 정도의 재건 수요가 발생할 경우 연간 수출액은 500~1천억 원 수준으로 연간 매출의 1~2% 수준에 그친다”고 짚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도 피해 규모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쪽에 집중돼 있어 기대만큼 수혜를 보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양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주거용/비주거용 부동산과 기타 기반 시설에 대한 총 피해액은 1570억 달러(약 218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러시아군 점령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천 억 달러(약 138조 원)를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해 현지 영업망과 지방 정부 등과 접촉하며 수요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러-우 전쟁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업 규모를 가늠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