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할 것 없이 부진의 늪에 빠진 데다 품질논란까지 휩싸이면서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위기경영이 ‘제2의 품질경영’으로 이어져 현대기아차의 쇄신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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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은 25일 51개 계열사 전체임원들이 임금의 10%를 자발적으로 삭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임원은 1천여 명으로 이사대우 이상 직급이다. 임금삭감은 11월부터 경영위기가 끝났다고 판단될 때까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 사업전망도 어둡다”며 “임원들이 솔선수범해서 위기경영에 돌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에도 임원임금의 10%를 자진삭감하고 경상예산을 20%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현대차그룹의 중심인 현대기아차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수직계열화 체제 속에서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매년 판매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올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562만19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올해 상반기 6.6%에 그쳤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8.1%에서 5.2%로 감소했다. 토요타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몇 년간 10%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외에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반기 들어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이 끝나면서 판매가 크게 떨어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의 다른 완성차회사와 비교해 판매 감소폭이 컸다는 점이다.
게다가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동안 파업을 강행하면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 추정치가 3조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자동차시장의 성장이 멈추고 신흥국의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됐다. 또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일본 완성차회사와 경쟁에서 밀리게 됐다.
국내외 영업환경이 언제쯤 개선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품질논란이 크게 일자 현대기아차 부진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타2 엔진과 싼타페 에어백 결함논란이 일면서 현대기아차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결함논란이 내수차별과 은폐의혹 논란으로 번지면서 현대기아차는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현대차그룹이 이런 상황에서 위기경영을 선포하고 나선만큼 ‘제2의 품질경영’으로 이어져 현대기아차 쇄신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한 1999년 생산부문 혁신을 골자로 하는 ‘6 시그마 경영혁신운동’을 선포했다.
이 운동은 품질경영의 근간으로 꼽힌다. 그해 미국에서 ‘10년 10만 마일’이라는 파격적인 무상보증수리 제도를 도입한 것도 품질경영의 일환으로 현대기아차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품질을 제1의 가치로 놓고 현대기아차의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식은 ‘싼 게 비지떡’에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차’로 바뀌었고 글로벌 판매순위도 1999년 11위에서 2009년 5위로 오른 뒤 유지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