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열 달 만에 GS건설을 이끌어 나갈 방향을 제시했다.
허 사장은 신사업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는데 새로 수립한 비전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GS건설이 본격적으로 오너4세 경영 체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 GS건설 > |
15일 건설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GS건설의 검단 사고 여파가 잦아들면서 허 대표가 포트폴리오 개선에 주력할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사장은 12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취임 10개월 만에 새로 마련한 비전 ‘투명한 신뢰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의 미래를 완성합니다’를 공개했다.
허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와 함께 발표한 경영방침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명확화와 회사 비전 재수립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식적으로 새 비전을 발표한 것은 이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허 사장이 마련한 비전에 따라 GS건설은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GS건설은 지난 몇 달 동안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해 사업 포트폴리오와 조직 역량을 진단했다.
GS건설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비중이 커질 것으로 주목받는 사업 중 하나는 허 사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던 모듈형 주택 사업이다.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최근 일주일 만에 현장 시공을 끝낼 수 있는 소형 모듈러 주택 상품 ‘자이가이스트 RM’을 내놓았다. 그 뒤 경동나비엔과 협력해 모듈러 단독주택용 스마트홈 기술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힘쏟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기본골조와 전기배선, 욕실 등 집의 70~8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주택부지에 옮긴 뒤 현장에서 조립 설치하는 방식으로 세워진다. 현장시공이 빠르고 용이한 만큼 해외사업 강화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허 사장이 또 다른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사업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는 데이터센터 투자, 임대, 운영 등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전체 가치사슬(벨류체인)을 모두 도맡는다.
GS건설은 올해 1월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해 모두 10번의 데이터센터 건설 실적을 보유하는 등 디벨로퍼로 진출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보유했다”며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건설사보다 빠르게 디벨로퍼로 영역을 확장한 점은 시장 내 점유율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 GS건설 목조 모듈러 주택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출시한 소규모 주택 '자이가이스트 RM'. < 자이가이스트 > |
허 사장은 이외에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과 태양광 발전 사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회사 GS이니마는 대규모 영업손실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분 일부 매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선 GS건설이 GS이니마 지분 20%를 매각하고 약 3천억 원의 현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GS이니마는 오만 구부라 3단계 사업 등 올해 3조 원 이상 수주가 예상된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S이니마 지분 유동화 과정은 수주 확대를 통한 지분가치 상향 가능성과 현금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GS건설의 주력인 국내 주택 사업은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GS건설 등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던 만큼 허 사장은 주택 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사업을 담당하는 GS건설 건축주택사업본부의 2023년 매출 비중은 76%로 주요 상장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허 사장은 2018년 신사업추진실장 겸 신사업담당, 2020년 신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친 신사업 발굴 전문가로 여겨진다.
허 사장은 2020년 폴란드 단우드, 영국 엘리먼츠 등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을 인수를 적극 추진했으며 모듈러 주택과 함께 수처리 사업을 GS건설 신사업의 양대 축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11월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허 사장은 GS건설 시공 품질 회복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중장기적 내실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로 자이아파트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주택 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편중된 사업 구조 개선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 사장 선임 이후 GS건설은 검단 사고 여파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GS건설은 지난해 2분기 검단 사고 관련 비용 반영에 따라 대규모 적자를 냈으나 올해 2분기에는 8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