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7-15 13: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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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가 체코 원전 수주를 놓고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치열한 막바지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할 적임자로서 각각 강점을 부각하고 있는지 최종 후보 두 회사 가운데 어느 쪽이 승리할지 국내외에서 관심이 높아진다.
15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번 주 안으로 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맡을 최종사업자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상적으로 최종사업자 선정 결과가 입찰안 평가서 제출 한 달 뒤에 발표되기 때문이다. 한수원과 EDF는 6월14일(현지시각) 체코 정부에 입찰안 평가서를 제출한 바 있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코 정부는 체코 중부지방 도시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천~1200MW(메가와트) 규모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규모는 최대 30조 원으로 추산되며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2029년 공사가 시작된다.
한수원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EDF는 프랑스가 유럽 원자력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장점들을 내세우며 체코 정부에 러브콜을 보낸다.
EDF 체코 지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EDF는 자신들의 핵심 강점으로 다섯 가지 항목을 꼽았다.
EDF는 체코 원전에 도입하기로 계획된 유럽형 가압경수로 ‘EPR1200’ 노형이 최고의 안전 표준을 갖춘 데다가 이미 유럽 3개국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해 입증된 기술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 원자력규제청(ASN)은 2023년 2월 EDF의 EPR1200 노형의 안전 목표가 서유럽원자력규제협회(WENRA) 등 국제기구 권고사항을 충족한다고 발표했다.
ASN은 “EPR1200은 EPR2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으나 출력과 증기발생기 개수의 차이가 있으며 더 다양한 부지 및 조건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라며 “EPR2의 기자재가 개선될수록 저출력 원자로의 안전 여유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PR2는 EDF가 프랑스 플라망빌 원전 단지에 EPR을 짓는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바탕으로 더욱 단순한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설계한 노형이다. 프랑스 플라망빌 원자력 발전소는 2007년 공사를 시작했으나 완공예정일인 2012년에서 12년이 지난 2024년 5월에서야 가동 승인을 받을 정도로 연기를 거듭한 바 있다.
EPR1200은 제3세대+ 노형인 EPR2의 설계를 바탕으로 EDF가 원전 수출을 위해 저출력 원자로로 개발했다.
이외에도 EDF는 △풍부한 원자력 발전소 설계·개발·건설·시운전 경험 △협력사들과 구축한 강력한 원자력 산업 기반 △체코 맞춤형 현지화 프로그램을 통한 현지 공급망 참여 △유럽 전역에서 가동 및 건설되고 있는 EPR 기술을 바탕으로 체코 기업들의 유럽 원자력 생태계 참여 등을 약속했다.
EDF는 체코에서 진행될 EPR1200 프로젝트가 앞으로 60년 동안 체코 기업들에 광범위하고 장기적 사업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체코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안길 뿐만 아니라 고도로 숙련된 일자리를 포함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체코에 생길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한수원 또한 체코 기업과 연계 방안을 중심으로 내세우며 공사기간 준수, 가격 경쟁력 등 한수원의 강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막바지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한수원은 9일(현지시각) 체코 유력 일간지 ‘HN(Hospodardske noviny)’에 현지 원전 업계 인사 발언이 담긴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신규 원전 건설지역인 트레비치 에너지협회의 비체슬라프 요나쉬 회장은 한수원만이 두코바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 '팀코리아 수주 전략회의'가 2023년 1월4일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요나쉬 회장은 “우리는 가능한 최고의 능력을 갖춰 효율적으로 시간 안에 원전을 건설할 계약자가 필요하다”며 “한수원이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코 기업과 협력이라는 측면에서도 한수원이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나쉬 회장은 “한수원은 우리 지역과 8년 동안 협력해 왔다”며 “여러 라운드테이블과 세미나를 공동 주최해 두코바니 사업을 소개했으며 무엇보다 건설 기간에 현지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할 방법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같은 날 지면에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의 기고문도 실었다.
정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계약 기간 안에 완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터빈을 비롯한 핵심 부품 생산에 체코 공급사의 참여가 기획된 점이나 한수원이 제시한 가격 경쟁력이 EDF와 비교해 탁월한 점도 짚었다.
체코 현지 언론 에코놈(ekonom)에 따르면 체코 기업들은 이번 두코바니 프로젝트에서 체코 기업의 참여도가 최소 65%에 이르러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 홀린카 체코전력산업계연합 위원은 “우리는 앞으로 최소 60년 동안 운영될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코 기업이 처음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DF와 한수원의 홍보전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체코 정부의 최종 결정에 각국 정부의 외교활동이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체코를 이미 세 차례 이상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과 비교해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0일 미국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원전 외교전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만나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엘리제궁에서 공개한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공식 일정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방문 일정 동안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체코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EDF와 러시아 원전 업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전 사업이 에너지 안보와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에서 한수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언론에서 체코 신규 원전 수주의 최종 결과 발표 일자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체코 정부의 고민이 깊은 은 것으로 여겨진다.
체코 언론 뉴스트림(Newstream)은 12일자 칼럼에서 “정부의 최종 결정 날짜가 원래는 7월 초라고 했다가 이제는 8월 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 계약은 체코 현대사에서 가장 큰 계약이며 체코의 에너지, 경제, 외교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