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AI 반도체 패키징과 HBM 자급체제 추진, 삼성전자 '턴키' 전략 맹추격

▲ 화웨이가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 인공지능 반도체용 HBM과 고사양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 메모리(HBM)와 고사양 패키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자급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턴키’ 전략을 따라잡아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 업체 우한신신과 HBM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패키징 기업들이 칩온웨이퍼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공급을 추진하는 내용도 이번 협력에 포함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HBM과 함께 패키징하는 방식을 활용해 제조된다.

HBM은 데이터 전송 대역을 높여 GPU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다. CoWoS와 같은 고사양 패키징도 인공지능 반도체 구동 성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화웨이는 이미 자체 기술로 ‘어센드’ 시리즈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창신메모리도 자체 기술로 HBM 개발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도 화웨이의 인공지능 반도체와 연관이 깊을 것으로 추정된다.

HBM과 고사양 패키징 기술 개발은 화웨이 제품이 엔비디아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을 따라잡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로 꼽힌다.

현재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이 엔비디아 제품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히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웨이가 중국 반도체 및 관련 기업들의 협력을 주도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위한 ‘연합군’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 AI 반도체 패키징과 HBM 자급체제 추진, 삼성전자 '턴키' 전략 맹추격

▲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

미국 정부는 최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HBM 관련 기술과 장비 등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GPU도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결국 중국이 인공지능 관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화웨이를 필두로 한 현지 기업들이 가능한 서둘러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완전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은 미세공정 파운드리와 HBM, 고사양 반도체 패키징을 고객사에 공급해 사실상 거의 모든 시스템반도체 제조 공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구조는 향후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웨이도 여러 협력사와 힘을 합쳐 이러한 턴키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 규제를 극복하고 완전한 공급망을 갖춰낼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화웨이가 HBM 자체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이미 HBM을 상용화해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보는 기업들과 달리 화웨이는 기술 개발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기 때문이다.

CoWoS 고사양 패키징 역시 TSMC가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약한 공정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이른 시일에 해당 기술을 상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 반도체 공급망은 여전히 고사양 메모리 제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대응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