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국내에 아직 출시되지는 않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사진)이 국내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서 선두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국내 제약사 가운데 한미약품이 앞서 갈 것으로 예상됐던 차세대 비만치료제 시장에 HK이노엔도 기술이전을 바탕으로 속도를 올리고 있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공장 증설에 41억 달러(약 5조7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자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모두 68억 달러(약 9조4302억 원)를 투자했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위고비의 국내 출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 통화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출시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안방 시장을 당분간 방어할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게 된 셈이다.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여겨지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작용제 기반의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선두에 선 기업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2023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P-1 기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3상 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아 현재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전임상 단계거나 임상1상 수준에 머물러 한미약품이 차세대 비만치료제에서 압도적 선두주자였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HK이노엔이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와 GLP-1 기반 물질인 에크노글루타이드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HK이노엔도 비만치료제를 빠르게 상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 HK이노엔.
HK이노엔은 5월 에크노글루타이드와 관련해 국내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라이선스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물질은 현재 중국에서 제2형 당뇨 및 비만에 대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HK이노엔도 이번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임상3상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한미약품은 이미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HK이노엔도 임상3상 물질을 도입하면서 개발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볼 수 있다.
위고비의 공급 차질이 당분간 이어지면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이 안방 시장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미용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2018년과 비교해 5년 만인 2023년 1800억 원가량으로 83.9%나 증가했다. 이는 세계 4위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국내에도 출시되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글루카곤 유사체(GLP-1) 수용체 작용제인 ‘위고비’와 ‘젭바운드’ 출시 이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도 2배 이상 급증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04억4천만 달러(약 14조4855억 원)로 1년 전보다 106% 늘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도 2030년이면 7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가 나온다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도 다시 한 번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치료제에 맞서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충분히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