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브랜드 캐딜락이 최근 브랜드 첫 전기차인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리릭'을 국내 출시했다.

리릭은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적용한 최초의 모델로 올해 1분기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단일 모델 판매 1위에 오른 차이기도 하다.

윤명옥 한국GM 커뮤니케이션 총괄 겸 최고 마케팅책임자 전무는 "캐딜락은 122년 전 초기 슬로건인 '세계의 기준'을 전기차 시대에 다시 한 번 재현하고자 모든 브랜드 역량을 집중해 '리릭'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리릭이 한국 고객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어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지 시승행사에 참가해 직접 타봤다.

◆ 시선을 잡아 끄는 세련된 외모, 간결하고 고급스런 실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주차장에서 캐딜락 리릭 미디어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국내에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 1억696만 원짜리 '리릭 스포츠'가 제공됐다.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주차장에 대기중인 리릭은 눈길을 잡아채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고 있었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전면부 양 끝에는 9개의 개별 LED로 구성된 수직형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운전자가 차량에 접근할 때는 캐딜락 로고에서 빛이 시작돼 수직형 헤드램프를 따라 아래로 흐른 뒤 도어 핸들과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웰컴라이트가 펼쳐진다. 

특히 중앙의 그릴에 전통적 크롬 대신 적용한 '블랙 크리스탈 실드'는 밋밋한 그릴을 단 다수의 전기차 모델들과 확실히 차별화한 디자인적 장점으로 다가왔다.

옆에서 보니 시승차량의 거대한 차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리릭의 치수는 전장 4995mm, 전폭 1980mm, 전고 1640mm,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3095mm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전고는 110mm 낮지만 전장은 같고, 전폭은 약간(5mm) 더 길고, 휠베이스는 195mm나 더 길다.

또 보닛에서 수직으로 꺾이는 전면부 실루엣과 직선의 캐릭터라인(측면부에 그은 디자인 라인), 수직형 전후면 램프 등 곡선보다 직선이 강조된 모습이었다.

캐딜락 측은 매립형 도어 핸들(차문 손잡이)과 차 지붕의 루프 스포일러 등 공기역학(에어로 다이내믹)을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을 통해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고도 세단에 필적하는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실내 정면. <비즈니스폿트>

실내에선 고급스러우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시승차량은 계기판(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합한 33인치 커드브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앞좌석 센터 암레스트와 크리스탈을 가공해 제작한 센터 콘솔, 퀼팅 패턴이 적용된 시트 등을 적용해 고급감을 더했다.

차 지붕이 낮고 대시보드가 튀어나와서인지 3미터가 넘는 휠베이스를 확보한 것에 비하면 직관적으로 실내가 넓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실제 거주성은 충분했다. 운전석 시트를 편안한 위치로 조정하고 2열에 앉았을 때도 앞 좌석과 시트 사이 주먹 3개가 족히 들어갈 여유가 있었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실내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고급 내연기관 세단 뺨치는 편안함, 역동성·안정감 다 갖춘 주행성능

시승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출발해 경기 포천시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90km 구간에서 진행했다.

운전을 하면서 느낀 시승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내연기관 프리미엄 세단에 밀리지 않는 편안한 승차감이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가속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발생해 출발 즉시 빠르게 속도가 올라간다. 이는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탑승자의 승차감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진다.

리릭은 시승을 진행하는 내내 전기차 특유의 울렁거림이 없는 고급스런 주행 경험을 선사했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주행. <캐딜락>

고속주행에선 가공할 만한 가속 성능을 뽐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액셀을 끝까지 밟자 시승차량은 거대하고 육중한 차체를 튕겨내듯 치고나갔다.

시승차량은 102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465km를 갈 수 있다. 다만 공차중량이 2670kg으로 기아 준대형 전기 SUV EV9보다 245kg이나 더 무겁다.

그럼에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6초로 고성능 전기차를 제외한 어떤 국산 전기차보다도 빠르다.

리릭의 차체 앞뒤에 장착된 두개의 모터는 최고출력 500hp(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성능을 낸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주행. <캐딜락>

고속도로에서 역동적 가속성능보다 눈에 띄는 점은 압도적 안정감이었다.

시승차량은 거칠게 가속페달을 밟으며 속도감을 만끽하는 중에도 계기판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흔들림 없는 승차감과 높은 정숙성을 유지했다.

캐딜락 측은 리릭의 무게중심을 낮춘 배터리와 앞뒤 두 개 모터의 배치를 통해 50:50에 가깝게 무게를 배분함으로써 더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시승차량은 내연기관차에 가까운 편안한 주행을 선보였지만 가장 전기차다운 독창적 기능도 탑재했다.

리릭은 업계 최초로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회생 제동력을 조절할 수 있는 '리젠 온 디멘드' 기능을 적용했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을 말한다. 

리릭은 스티어링 휠 좌측 뒷면에 달린 패들을 당기면 힘을 주는 만큼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도 차량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사실상 왼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하나 더 달린 셈인데 이를 활용하니 계기판에 표시된 현재 전비가 올라가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능과 별개로 디스플레이 메뉴 화면을 통해 회생제동 강도를 끄기-켜기-높음 등 3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주행. <캐딜락>

시승차량은 고급 전기차의 모범이라 할 만한 내외장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였지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리릭엔 차로 중앙을 유지해주는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이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면 설정한 속도에 맞춰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자동 주행을 하지만 차선을 벗어날 때 계기판과 시트 떨림으로 경고를 줄 뿐 조향을 알아서 하진 않는다.

캐딜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GM의 모든 라인업에선 운전자가 안전과 관련해 부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LFA를 탑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핸들에 손을 뗄 수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인 '슈퍼크루즈'를 탑재한 미국 시판 GM 차량들도 전방 주시를 하지 않으면 즉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해당 기능이 해제된다고 덧붙였다.

LFA가 구현하기 어렵지 않은 기능인 만큼 반자율주행 기능 관련 사고가 잇따르는 요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GM의 철학은 상당히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다만 주행모드 변경을 제외한 가상엔진 사운드 설정, 액셀 민감도 설정 등도 정차를 한 뒤에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점은 편의성을 지나치게 배제한 결정인 듯도 했다.
 
[시승기]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성능의 고급 전기차

▲ 리릭. <캐딜락>

약 90km 구간을 왕복한 시승 코스에서 시승 차량의 전비는 갈 때 1kWh당 3.8km, 올 때 1kWh당 4.9km를 보였다. 

시승 내내 에어컨을 실내온도 21도에 맞춰 가동했다. 회차 지점에서 가변형 리젠 온 디멘드 기능 관련 설명을 들은 뒤 돌아오는 길엔 해당 기능을 틈틈이 사용했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전비는 1kWh당 3.9km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