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 해군의 함정 도입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한·일전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9조 원 대 호주 호위함 프로젝트에 이어 60조 원 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도 한국과 일본 조선사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대규모 국내 해양 방산 일감을 따내며 방산 역량을 과시했는데,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해외 방산 시장 개척의 첫 관문으로 삼겠다며 수주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5일 방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각국 잠수함 건조 사업자들의 물밑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는 현재 캐나다 해군이 보유한 디젤-전기 추진방식의 재래식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신규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캐나다는 북극해와 대서양, 태평양에 걸친 광범위한 해안선을 방어해야 하는 만큼, 해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형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 사업규모는 약 600억 캐나다달러(6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의 조선 업체들이 이 프로젝트 수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캐나다 정부 측은 잠수함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들 국가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업계에서는 장시간 잠항이 가능한 3천 톤급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한국과 일본을 이번 프로젝트 수주의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참여하며, 일본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 팀으로 경쟁에 나선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해양 방산 분야에서 기술력과 수주성과를 인정 받았지만, 한동안 주인 없는 기간을 보내며 위상이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해 국내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5~6번함 건조사업 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600톤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 3번함 입찰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다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로도 방산 사업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는 그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한화오션이 잠수함 분야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해외 방산 사업을 본격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한화오션 측은 판단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1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한국의 첫 잠수함 수출에 성공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3천 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인도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잠수함 모델은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다. 앞서 국내 해군 입찰에서도 한화오션은 이 잠수함으로 우선협상자에 선정됐다.  

회사 측은 이 잠수함이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해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잠항지속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어뢰,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는 성능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최대 경쟁상대로 꼽히는 일본이 앞세우고 있는 잠수함 모델은 ‘큰 고래’라는 뜻의 ‘타이게이’다. 
  타이게이 잠수함은 현존하는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발전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지만, 장보고III 잠수함과 달리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적용되지 않아 잠항 시간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게 한화오션 측 주장이다.  

한국은 잠수함 수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한 팀으로 뛰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모두 해외 잠수함 수출 경력이 없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현지 당국자들을 두루 접촉해 기술력을 홍보하는 한편 현지 기업들과 협력기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캐나다 최대 방산 전시회 CANSEC에서 장보고III 잠수함을 선보이며, 공기불요추진체계를 비롯한 다양한 성능들을 홍보했다. 이를 계기로 캐나다 CAE, 커티스라이트인달테크놀로지스, 가스톱스 등 3개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잠수함 관련 다양한 기술협력을 진행키로 했다. 

한화오션이 해외 방산시장 공략을 위해 추진하는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 인수도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를 비롯한 해외 사업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다. 

호주가 미국, 영국과 군사안보동맹인 오커스를 구성하는 나라인 만큼, 호주 방산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북미와 유럽 우방국의 해군 관련 사업을 수주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호주 오스탈을 인수하게 되면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잠수함 신규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국방방첨·안보국(DCSA)의 한화오션 인수건에 대한 승인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 정부의 9조 원 대 호위함 건조 프로젝트 수주는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달 중순 각 조선사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