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가스전 개발 참여한 삼성E&A, 국내 유전 수주 기회 열릴 가능성에 설레

▲ 삼성E&A가 동해에서 가스생산시설 공사 경험을 갖춰 열일만 원유 및 가스전 개발의 수혜를 볼 수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E&A가 동해가스전 이후 다시 한번 국내 유전 시설공사를 맡을 수 있을까.

경북 포항시 영일만 원유·가스전에 동해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동해에서 가스생산시설 공사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삼성E&A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경북 포항시 인근 영일만 원유·가스전 발견에 따라 건설업계도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가스전 개발 과정에서도 삼성E&A가 육상구조물 건설을 맡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는 동해가스전 시추가 이뤄진 이후 2000년 2월부터 6월까지 사전기본 조사를 수행했다. 가스전 개발의 기본계획 수립은 영국 제네시스가 맡았고 해외에서 가스생산시설 파이프 공사 등 실적을 쌓은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2021년 3월 가스생산시설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삼성그룹 EPC(설계·조달·시공)계열사 사이에 경쟁이 이뤄졌는데 삼성E&A가 최후의 승자가 돼 더욱 주목받았다.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컨소시엄을 이루고 미국 최대 규모의 토목건설회사인 브라운앤루트(현 켈로그브라운앤루트)와도 협력했으나 삼성E&A와 현대중공업 팀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동해가스전 생산시설 공사비 규모는 모두 합쳐 1800억 원이다. 지분을 살펴보면 현대중공업 63.5%, 삼성엔지니어링 36.5%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율에 따라 계약 금액을 계산하면 657억 원인데 이는 2001년 삼성엔지니어링의 연결기준 매출 1조479억 원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동해가스전 개발 참여한 삼성E&A, 국내 유전 수주 기회 열릴 가능성에 설레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대통령실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원유·가스전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과 비교해 삼성E&A의 몸집이 크게 불어난 데다 공사비도 오른 만큼 단순 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삼성E&A의 지난해 매출의 6%가 6374억 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E&A가 동해가스전 공사 수주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삼성E&A가 동해가스전 공사로 얻은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실적만이 아니었다. 동해가스전 육상구조물 건설로 회사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증명한 점도 의미가 적지 않았다.
 
이후 삼성E&A는 2022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 위치한 8900억 원 규모의 셸 육상 가스전(Onshore Gas Plant)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해일앤가샤 가스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가스전 관련 수주 실적을 탄탄히 쌓고 있다.

올해도 GS건설과 함께 8조5천억 원 규모로 역대 해외건설 수주 3위, 사우디아라비아 수주 1위인 파딜리 가스플랜트 증설 공사를 따냈다.

삼성E&A가 동해가스전은 물론 이번 영일만 석유·가스전 개발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에너지신사업을 고리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삼성E&A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청정수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말레이시아에 뉴에너지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E&A는 5월29일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청정수소 생산 및 도입 공동개발 전략적 합의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E&A를 포함한 건설업계가 이번 영일만 원유·가스전 발견으로 혜택을 입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모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탐사 시추 단계에서는 대한민국 건설업계가 수주할 수 있는 일거리가 없다.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상당한 경험을 쌓은 글로벌 전문 기업이 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석유공사는 4월 노르웨이 유전개발업체 시드릴과 시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동해가스전 개발 참여한 삼성E&A, 국내 유전 수주 기회 열릴 가능성에 설레

▲ 대한민국 '산유국의 꿈'을 이루게 한 동해가스전의 모습. <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자료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단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원개발기업들이 같이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라며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이 투자하겠단 의향을 밝혔고 가능성은 현재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산시설 중 해상구조물을 짓는 것 또한 조선업계 소관이기에 건설업계의 수주 목표가 될 수 없다.

결국 삼성E&A를 포함한 건설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부분은 육상 생산시설 공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해가스전 건설 과정에서도 해상구조물은 현대중공업이 전담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구조물 공사를 맡았다.

이미 포항 인근 울산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영일만 석유·가스전의 매장량은 동해가스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추정되며 사업이 본격화되면 가스뿐만 아니라 석유도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시설의 신규 건설 및 기존 생산시설의 증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영일만 인근 해저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건설사들이 수주 가능한 규모는 5천억 원에서 1조 원 사이로 추정된다”라며 “예상발주금액은 과거 동해 가스전 개발 사례에 공사비 상승분(약 3배 증가) 그리고 가스 수요 증가(약 2.4배)를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