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구본걸 LF 회장의 지분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며 유통가 이목을 끌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성모 LF 신규사업팀 매니저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디앤엘이 최근 공격적으로 LF주식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높여가면서다.
23일 유통업계에서는 고려디앤엘을 통해 구 매니저의 승계 물밑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려디앤엘은 2022년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분할 당시 법인명은 고려조경이였으나 같은 해 10월 고려디앤엘로 상호를 변경했다. 주된 사업은 조경공사, 조경관리, 원예판매다.
고려디앤엘의 최대주주는 구 매니저로 지분 91.5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9.42%는 구본순 전 LF 부회장의 딸인 구민정씨가 가지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인적분할 당시 LF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LF 지분 6.18%를 그대로 물려받았으며 꾸준히 LF 지분을 매입해오고 있다.
비상장된 가족회사를 통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영권 승계방법 가운데 하나다. 주식을 증여해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비상장사의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고려디앤엘은 LF 지분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4월과 5월 두 달 동안 LF 주식 24만4500주 총 37억 원 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지분매입을 재개한 것이다.
현재 고려디앤엘의 LF 지분율은 11.97%다. 두 달 만에 지분율을 0.84%포인트 끌어올렸다. 고려디앤엘의 LF 지분율이 구 매니저의 기업 지배력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디앤엘은 현재 구 회장에 이어 LF 2대주주에 오른 상태다. 향후 구 회장의 지분을 일부 증여받게 되면 그룹 승계가 확실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 구 매니저의 승계작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는 분석이 많다.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LF 주식 125만6677주를 매수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고려디앤엘은 LF 지분율을 6.8%에서 11.13%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지난해 9월 구 매니저는 LF 신규사업팀에 입사했다. 구 매니저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LF 관계자는 구 매니저가 LF경영에 직접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통상 오너들의 승계 작업 과정에서 후계자들이 그룹 내 경영·기획·신사업 등 주요 부서에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 매니저도 이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분석된다.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올해 LF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향후 구 매니저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시선도 나온다.
▲ 구본걸 LF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디앤엘이 LF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경영승계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LF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466억 원, 영업이익 246억 원을 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107.8% 늘어났다.
LF에 따르면 비용효율화를 통해 패션부분 영업이익이 개선됐고 부동산 금융, 식품 등의 분야의 자회사 매출증가로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구 회장이 이전부터 주력사업인 패션 외의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시행해왔던 점이 실적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그동안 패션사업 이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며 LF의 외형확장을 이뤄왔다. 2007년 LF푸드를 완전자회사로 설립해 식품사업을 전개했고 2018년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도 추진했다. 2019년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해 부동산 금융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구 매니저는 현재 LF 신규사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미 기업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패션이외의 분야에서 신사업 발굴 및 투자업무를 맡을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분기 사업다각화에 따른 성과로 회사 내 신사업 발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회사 내에서 구성모씨가 소속된 신규사업팀의 위상과 존재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LF의 승계작업이 단기간에 완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1957년생으로 아직 67세다. 아직 승계를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구 매니저는 1993년생으로 할머니 홍승혜씨와 아버지인 구 회장으로부터 2020년에 지분을 증여받았다. 현재 LF 지분 1.18%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의 지분까지 합치면 LF 지분 13.15%를 확보한 셈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