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빛으로 물든 알래스카 하천들, 지구 온난화에 녹은 빙하 영향

▲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연구진이 알래스카에 위치한 강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 2017년 8월과 2018년 8월 강물을 비교해보면 주황색이 더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네이처>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알래스카 일대에 있는 하천들이 주황색으로 변하는 이상 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등재된 논문을 인용해 알래스카 지역에서 발생한 하천 수질 변화가 지구온난화로 녹은 물에 섞인 중금속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영구동토층이 해동되면서 발생한 빙하수는 대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높은 산성을 띄게 된다.

이런 물은 토양에 구리, 아연, 카드뮴 등 토양에 함유된 중금속을 녹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해 하천에 흘러들면서 색이 변질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속이 녹스는 과정과 화학적으로 유사해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부식(rusting)’이라고 불렀다.

이번 논문의 주요 저자인 브랫 폴린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환경 독성 연구 보조 교수는 “기후변화의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웠던 하천을 변화시켰다”며 “이렇게 하천에 섞여들게 된 중금속은 하천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한해에만 알래스카 아릴리크 강 지류를 끼고 있는 코부크 계곡 국립공원에서는 토착종 물고기 두 종이 수질 변화로 멸종되기도 했다.

폴린 교수는 “우리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강물이 주황색으로 변했을 때 가재 등 대형무척추동물과 생물막(미생물층)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런 변화가 물고기들이 서식 가능한 지역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식 현상은 대체로 7~8월경에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연구진은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 지질 조사국 등과 협업해 부식 현상의 장기적 영향과 캐나다,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등 다른 북극 지방의 변화도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스콧 졸코스 우드웰 기후 연구 센터 연구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북극 지방은 기온 상승의 영향이 다른 곳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세 배 이상 빠르게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이 같은 변화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