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이 영풍과 함께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과 영풍은 아연 등 주요 품목을 놓고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결별 수순'  영풍과 공동구매·공동영업 계약 끝내기로 결정

▲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원료 구매와 판매 관련 공동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공동구매 등 계약 종료에 따라 앞으로 원료구매 및 제품판매와 관련해 각 거래처와 개별적 협상·계약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비철금속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해 원료수급과 제품판매에 있어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며 "또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어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환경·안전 관련 리스크로 조업차질과 생산력 감소를 겪고 있고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공동구매·공동영업을 해온 고려아연의 부담이 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밖에 공급감소에 따른 납품 차질이 발생했을 때 거래처, 영풍과의 3자 공동계약에 따라 고려아연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도 계약 종료의 원인으로 꼽혔다.

고려아연은 올해 10여 건, 2025~2026년에 10여 건 등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영풍과의 공동구매·공동영업 계약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사 입장에선 공급업체가 늘어나고 서로 경쟁하면서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기업 사이 경쟁 촉진으로 사회적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풍그룹의 주력 계열사 고려아연은 창업주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함께 세웠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최 회장 측과 장씨 일가 사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졌고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사상 첫 표대결까지 벌였다.

영풍그룹은 올해 3월6일 고려아연이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행위를 놓고 위법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본사 위치를 45년 동안 머무른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 그랑서울 빌딩으로 옮길 계획을 밝히며 결별 행보에 힘을 실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 조치"라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