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잠잠하던 국내 조선주 주가에 양방향으로 호재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조선주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2등 신세’로 여겨졌으나 최근 중국과 일본 양방향에서 모두 반사이익 기대감이 일고 있다. 
 
위로 중국 아래로 일본 '샌드위치 위기’는 옛말, 조선주 양방향 물 들어온다

▲ 중국,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조선주에 반사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20일 미국 외신을 종합하면 전미 철강노조(USW)는 중국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보상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카고뉴스에 따르면 전미 철강노조는 미국 조선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지난주 제출했다. 

중국이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위와 정책, 관행을 통해 조선 및 해운분야에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제 선박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요청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USW는 “중국이 불공정한 보조금을 자국 조선업에 지급한 결과 미국의 조선업 존재감이 옅어졌다”며 “이에 조선산업에서 7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제반 산업까지 고려하면 타격은 더 막대한 수준”이라 말했다.

특히 이번 청원서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산업노조에서 나온 요구임과 동시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동시에 선호하는 중국 견제책이란 점에서 실제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에 따른 한국 조선업의 반사수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59%, 한국이 23%, 일본이 13%를 차지했다.

기존에 조선산업에서 지배적 지위를 자랑하던 한국 조선업은 최근 중국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어준 데 이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가 현실이 되면 한국 조선업에 추격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셈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사는 중국 내 선박금융 지원 및 저렴한 원가를 기반으로 수주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며 “미국 정부의 제재가 가해지면 중국 조선사의 원가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으며 미국 관련 수송이 증가할 가스선 등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주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이날 국내 주요 조선주로 구성된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전날보다 2.27% 올랐다. 14일에는 8.34% 상승하며 상품 출시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조선주를 향한 이같은 기대감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전미 철강노조의 청원서가 여러 카드 중 하나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조선업 제재를 통한 미국의 중국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한국의 반사수혜 기대감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로 중국 아래로 일본 '샌드위치 위기’는 옛말, 조선주 양방향 물 들어온다

▲ 한국투자증권은 HD한국조선해양을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사진은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여객선.


한편 일본이 기나긴 통화완화 정책을 폐기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한 점도 국내 조선주에 호재로 여겨진다.

일본은행은 전날 금리 인상을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글로벌 점유율 3위인 일본 조선업에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조선업은 다른 수출업종과 마찬가지로 초저금리에 따른 '슈퍼 엔저' 흐름 속에서 수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조선업이 일본의 파이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선박 발주처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금리인상은 그동안 고공행진하던 일본증시와 일본 수출주에 부담인 반면 국내증시와 조선업 등 국내 수출주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본과 경합 관계인 한국 조선업종은 역사적으로 엔화 상승 국면에서 시장 대비 강세를 보여왔다”고 바라봤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1년 일본 조선업과 국내 조선업 간 벌어진 수익률 괴리가 점차 좁혀질 것”이라며 “한국의 상장조선사 모두 양과 질 면에서 일본에 비해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매년 계단식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HD한국조선해양에 대해 업종 최선호주로 목표주가 20만 원을 신규 제시한다”며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도 올해 부진을 딛고 2025년에 수익 구간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