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 올인' 전략 성과, ARM 주가 급등에 샘 올트먼과 협업 기회도 열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공지능(AI)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성과가 자회사 ARM의 주가 급등 및 샘 올트먼과 협업 기회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파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야에 역량을 총집결한 전략으로 예상보다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이 ‘제2의 엔비디아’로 부각되며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동시에 오픈AI를 설립한 샘 올트먼 CEO와 반도체 협력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3일 “소프트뱅크가 연이은 스타트업 투자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 온 전략 가운데 ARM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설계기술 전문 기업인 ARM은 소프트뱅크가 2016년에 320억 달러(약 42조 원)를 들여 인수한 자회사다. 지난해 9월 미국증시에 상장한 뒤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ARM이 최근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는 3거래일만에 90% 가까이 뛰며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사업의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ARM 기업공개를 준비할 때부터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을 전면에 내세운 노력이 마침내 눈에 띄는 성과로 돌아오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 대부분의 모바일 반도체 전문기업에 설계기술 및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기업이다. 현재도 해당 사업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손 회장은 ARM 상장을 앞두고 모바일 대신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성장성이 밝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과감한 전략을 썼다.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은 ARM이 아직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 한 만큼 손 회장의 이러한 시도가 투자자들에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ARM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손 회장의 노력도 재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ARM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로이터는 ‘제2의 엔비디아’를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ARM 주식에 몰리며 주가 급등을 주도했다고 바라봤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엔비디아 지분을 9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 운영자금을 대규모로 확보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은 그동안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전문 투자 펀드 ‘비전펀드’를 통해 주로 IT기업 및 플랫폼기업에 투자하며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확보를 노려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초기 다수의 기업 주가가 폭락하거나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소프트뱅크의 투자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산 위기에까지 놓이게 됐다.
 
손정의 'AI 올인' 전략 성과, ARM 주가 급등에 샘 올트먼과 협업 기회도 열려

▲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홍보용 이미지. < ARM >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여러 기업 지분을 과감히 매각하고 투자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다.

ARM 상장은 손 회장의 이러한 노력에 결정체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ARM을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기업으로 인정받은 데 이어 ‘챗GPT’로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을 주도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협력 가능성도 열리며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트먼은 최대 7조 달러(약 9293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유치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갖춰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올트먼은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일가 및 대만 TSMC 경영진을 만나 논의를 진행한 데 이어 손정의 회장과도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 기회를 찾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핵심 설계 기술을 다수 보유한 ARM과 협력 가능성도 검토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샘 올트먼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손 회장이 그와 손을 잡는다면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 중심 성장 전략에 한층 더 힘을 싣게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트먼의 이러한 투자 유치 및 협업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그가 실제로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동안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활발히 외부 협력을 추진해 온 소프트뱅크의 성장 전략과 손 회장의 강한 의지를 고려한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넓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손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 사업 초기에 과감히 투자해 720억 달러(약 96조 원)의 차익을 거뒀다”며 “이제는 인공지능에 ‘올인’해 이런 성공사례를 재현하려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