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현지시각) 쉘 글로벌 본부 앞에서 쉘 이사회 관계자들처럼 차려입은 그린피스 회원들이 '너의 미래(Your Future)'라는 글씨 모양 조형물을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정유 대기업 ‘쉘’이 지난해 친환경 프로젝트 축소, 화석연료 채굴 증대로 수익을 역대급으로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쉘이 2011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순이익을 거둬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익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022년 에너지 위기를 기회 삼아 거둔 398억 달러(약 52조8185억 원) 순이익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283억 달러(약 37조5569억 원)였다.
이를 견인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시장 전망치(60억 달러)보다 높은 약 73억 달러(약 9조6878억 원)로 집계됐다.
와엘 사완 쉘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런던 글로벌 본부에서 열린 실적 발표회를 통해 “현재 쉘은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쉘이 생산하는 에너지원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친환경 부문은 줄였다. 쉘은 지난해 저탄소 프로젝트 지출을 2022년 14%에서 10%로 줄였다. 이에 맞춰 저탄소 프로젝트팀 소속 인력 가운데 25%를 정리하는 고용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저탄소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30억 달러(약 3조9828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던 자본 지출 역시 20억 달러(약 2조6552억 원)로 줄였다.
사완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화석연료 채굴을 연간 1~2% 줄이는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2025년까지로 계획된 채굴 프로젝트 규모를 20만 배럴 키워 합계 50만 배럴이 넘는 하루 화석연료 생산량을 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부 투자자들과 환경단체는 쉘 글로벌 본부 건물 앞에 모여 쉘의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특히 그린피스는 ‘너의 미래(Your Future)’라는 글씨 모양 조형물을 불태우며 강력한 항의 의사를 내비쳤다.
시우케 반 오스터호트(Sjoukje van Oosterhout) 지구의 벗 연구원은 가디언을 통해 “쉘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보다는 주주들의 수익을 우선했다”며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줄어들고 있는데 사완 최고경영자는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지속가능성은 줄여 파멸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쉘은 지난해 수익금에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분배금을 4% 인상해 합계 35억 달러(약 4조6459억 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쉘의 최대주주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지분 8.7%을 보유하고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