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금호타이어의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회사 이익체력을 안정적 반석 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년 동안 전년과 비교해 16.8배로 뛴 영업이익 3883억 원을 거뒀다. 창립 이래 최대다.
매출 역시 4조410억 원으로 역대 최대인 2012년 4조706억 원에 근접했다.
회사는 지난해 베트남 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고르게 매출을 늘렸다. 이에 더해 판매가격 관리를 통한 안정적 수익 구조 창출과 유통 채널 다변화로 실적을 쌓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걸 고려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 성과를 낸 셈이다.
회사는 2012년 연간 영업이익 3753억 원을 올리며 정점을 찍은 뒤 2015년까지 3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2016년엔 영업이익이 1100억 원대로 주저앉았고,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642억 원, 98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9년엔 다시 5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0년과 2021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정 사장은 30여 년 동안 금호타이어에 몸담으며 대부분의 경력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쌓은 타이어 전문가다.
그는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금호타이어에 2021년 3월 사령탑에 올라 연구개발력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 공급과 세계 유통망 확대,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대표 취임 2년차에 영업이익 231억 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시켰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 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생산 거점 증설, 완성차 업체로부터의 전기차 신차용 타이어(OE) 수주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수준의 체질 개선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기업가치가 불안정한 재무구조로 인해 지금껏 광주공장 이전 사업 등 이벤트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젠 스스로 기업가치를 이끌낼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것이다.
올해 정 사장은 베트남 공장 증설을 완전히 마무리짓고 또 한번의 연간 최대 이익 달성을 노린다.
베트남 공장 생산능력은 2022년 590만 본에서 2023년 900만 본, 올해 1250만 본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만 300~350만 본이 추가되는데, 회사는 연내 베트남 공장을 1250만 본 생산 수준까지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공장은 최신 설비를 갖춘 데다 인건비에서도 장점이 있어, 제조 원가가 kg당 2달러 수준이다. 금호타이어가 생산기지를 구축한 4개 국가(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 가운데 가장 낮다.
또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타이어의 90%는 수출용으로, 전체의 80%가 수익성이 높은 북미 지역으로 공급된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천만 본 이상으로 생산능력 확대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 가능한 규모이기 때문에 올해 베트남 공장은 금호타이어의 마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금호타이어 베트남 호찌민 인근 빈즈엉성 타이어 공장 전경. <금호타이어>
정 사장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내년 이후의 성장동력 마련에도 나선다.
회사는 최근 시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차용 타이어 기준 전기차 타이어 판매 비중을 지난해 9% 안팎에서 올해 16%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의 급격한 감가속과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18인치 이상 고인치·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주로 사용해 일반 타이어보다 마진이 높다.
다만 타이어업체의 판매량에서 신차용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으로 금호타이어가 목표로 내세운 16% 판매 비중은 전체로 보면 약 4.8%로 아직 판매 볼륨은 미미한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차용 타이어에서 전기차 타이어 판매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타이어 교체 시기가 도래했을 때 교체용 타이어(RE)로 수요 확산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타이어는 교체주기가 2년 안팎으로 일반 타이어의 절반에 그친다. 일반 타이어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교체주기가 빠른 전기차 타이어는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큰 효자상품인 셈이다.
정 사장은 올해 사업 목표를 창립 이래 최대치인 매출액 4조5600억 원으로 잡았다.
조희승 연구원은 금호타이어가 올해 매출 4조5천억 원, 영업이익 4187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