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 불황 속 빛난 영업이익 1조, 오세철 신사업·해외 고삐 더 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심각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창립 이후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창립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사상 최고 실적과 함께 해외수주 3년 연속 1위와 신사업 확대 등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는 수익성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한 것으로 1일 파악된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대형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은 7854억 원, 대우건설은 6625억 원, 포스코이앤씨는 20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 원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993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고 GS건설은 3885억 원의 적자를 봤다.
 
삼성물산 건설 불황 속 빛난 영업이익 1조, 오세철 신사업·해외 고삐 더 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DL이앤씨를 비롯해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은 3분기까지 누적영업이익이 3천억 원을 밑돌아 연간 1조 원과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1월31일 2023년 연결기준으로 건설부문에서 매출 19조3100억 원, 영업이익 1조34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32.3%, 영업이익은 18.2%은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심각했던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도 삼성물산이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두면서 오 사장은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룰' 적용으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킨 이유를 증명했다.

삼성물산은 2023년 건설경기 악화에도 해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삼성물산의 2023년 실적 호조는 국내외 수주 증가와 더불어 카타르 태양광, 네옴터널 등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다만 2023년 4분기만을 놓고 보면 매출 4조6780억 원, 영업이익 135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돼 상승세가 살짝 꺾인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6.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4.0% 줄었다.  

이는 증권사의 2023년 4분기 기대치보다도 낮았다. 교보증권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2023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1720억 원, 2500억 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4분기에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에는 지난해 4분기 해외 복합 프로젝트 화재로 85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2022년 6.0%에서 2023년 5.4%로 낮아졌다.
 
삼성물산 건설 불황 속 빛난 영업이익 1조, 오세철 신사업·해외 고삐 더 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이 2023년 10월2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네옴전시관에서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합작법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사장은 2024년에는 수익성 중심 사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주력이던 EPC(설계·조달·시공), 주택, 하이테크 사업에서는 우량 프로젝트 수주를 중심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EPC 분야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공항, 지하철 등 특화상품에 주력하고 주택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주거모델인 ‘더 넥스트홈(The Next Home)’을 확대 적용해 여의도, 성수, 압구정 등 주요사업지 시공권 확보를 노린다. 

신사업 분야에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조 전환에 힘쓴다. 이를 통해 본격적 성과 창출과 함께 신사업 수주도 지난해 2천억 원 규모에서 올해 2조4천억 원까지 늘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태양광(PV)·에너지저장장치(ESS), 녹색수소,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사우디아라비아 모듈러 생산 공장 설립을 통해 스마트시티 관련 대형프로젝트 수주 기반도 마련한다. 

홈플랫폼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기반의 홈플랫폼 ‘홈닉’ 등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신규 수입원 창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호실적의 바탕에 해외사업이 있었던 만큼 오 사장은 자신의 강점인 해외 수주에도 계속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애초 지난해 신규수주 목표치를 13조8천억 원으로 잡았으나 상반기에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서 19조9천억 원으로 목표치를 높였고 19조2천억 원의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비록 목표 달성에 아쉽게 실패했으나 2022년보다 신규수주 규모가 13.3%나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수주에서 애초 목표였던 5조9천억 원을 훌쩍 넘어 8조8천억 원의 실적을 올린 덕분이었다.

삼성물산은 2024년 해외에서 8조 원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년 실적 대비 감소한 것이지만 2022년(5조5천억 원), 2021년(7조6천억 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더라인 건물 모듈과 유람선 선착장 등 건설공사 입찰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네옴 더라인 스파인B, 델타JCT 프로젝트 등에도 입찰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가 ‘친환경 미래도시’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삼성물산의 에너지, 스마트시티 사업 확대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