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내세우며 고급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푸르지오, e편한세상, 자이 등 기존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던 브랜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급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고급 아파트브랜드 ‘디에이치’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
|
|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현대건설은 기존에 ‘힐스테이트’라는 아파트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디에이치를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현대건설은 분양가격이 3.3㎡당 3500만 원이 넘는 단지에만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한다.
디에이치 브랜드를 달고 처음 분양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지만 일반 분양분 69가구가 정당계약 시작 4일 만인 9일 완판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고급아파트의 격전지인 서울 강남권 아파트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디에이치를 통해 이런 인식을 단번에 깰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독으로 이뤄진 테라스하우스, 명품 주방가구, 층간소음 완화설계 등 특화설계를 통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최고급브랜드 단지로 조성하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외에도 대형 건설사들은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서브네임을 붙이는 방법을 통해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 외에 ‘아크로’라는 고급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 아크로가 도입될 때만 하더라도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에만 적용됐지만 최근 아파트에도 속속 아크로 브랜드가 붙고 있다. 서울 반포의 아크로리버파크와 논현 아크로힐스논현,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등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은 기존 푸르지오 뒤에 ‘써밋’이라는 이름을 더해 기존 푸르지오와 차별화하고 있다. 써밋은 정상, 꼭대기라는 뜻으로 현재 서울 용산 푸르지오써밋, 서초 푸르지오써밋, 반포 푸르지오써밋 등이 있다.
GS건설은 앞으로 분양하는 신규 아파트단지에 ‘그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고급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분양을 앞둔 ‘그랑시티자이’, 서울 마포구 대흥2구역의 ‘신촌그랑자이’가 대표적이다.
그랑은 ‘거대한’이라는 뜻의 라틴어를 어원으로 하는 단어로 2013년 12월 준공된 GS건설의 본사 사옥 ‘그랑서울’에도 사용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서울 서초 무지개아파트의 재건축 수주전에서 ‘서초그랑자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며 삼성물산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그랑으로 긍정적 효과를 본 GS건설이 주요 단지에 그랑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
|
|
▲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감도. |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경쟁은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2000년 거의 동시에 국내 최초로 브랜드아파트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표권 등록은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먼저였고 실제 브랜드를 도입해 아파트 분양에 나선 것은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이 최초였다.
그 뒤 2002년 GS건설이 자이, 2003년 대우건설이 푸르지오를 내놓으면서 브랜드아파트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브랜드아파트가 세워지면서 기존 고급스러움을 내세웠던 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자 건설사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한 점도 이런 흐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분양시장이 침체되면 같은 회사의 브랜드끼리 점유율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기존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상황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보다 상위 브랜드의 아파트가 생겨나는 데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