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기차에 지갑 열어볼까, 낮은 가격대 전기차 신차 앞다퉈 나온다

▲ 볼보 EX30. <볼보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국내 전기차시장이 올해 업황 부진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는 전기차 신형 모델들이 '새 봄'을 불러올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 규모가 2023년보다 1.7% 역성장한 171만 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원인으로는 경기 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고금리, 작년 반도체 공급 개선에 따른 역기저효과 등을 지목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통계를 보면 2023년 국내에서는 16만2593대의 전기차가 팔려 2022년보다 판매량이 0.1% 줄었다. 2022년 국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63.8%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전기차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전기차 판매 시장이 위축된 중요한 원인으로는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가격이 꼽힌다. 따라서 올해 자동차 내수 시장의 부진은 전기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전기차시장의 막힌 혈을 뚫을 가능성도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4천만 원대에 구매가능한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EX30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판매량 3만 대의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볼보코리아는 2023년 국내에서 역대 최다 판매실적을 올리며 처음 수입차 판매량 4위 자리에 올랐다.
 
EX30은 69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달고 1회 충전으로 유럽 인증 기준 최대 475km를 주행할 수 있다. 후륜구동 모터에 기반해 최고출력 200kW(268마력), 최대토크 343NM(35kg·m)의 성능을 낸다. 최고출력 150kW(201마력), 최대토크 255NM(26kg·m)를 발휘하는 기아의 소형 전기 SUV 니로보다 한 단계 높은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EX30의 시작 가격은 4945만 원으로 니로(4855만 원)와 가격 차이가 90만 원에 불과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한국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고려해 EX30 출시 가격을 유럽보다 1천만 원 가량 낮췄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EX30 공개 행사에서 "EX30을 앞세워 한국 판매량을 올해 1만7천대에서 이른 시일 안에 3만 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전기차에 지갑 열어볼까, 낮은 가격대 전기차 신차 앞다퉈 나온다

▲ 기아 EV3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기아는 올해 상반기 EV3를, 4분기에는 EV4를  출시한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작년 10월 기아 EV데이를 열고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여전히 얼리 어댑터(신제품 정보를 먼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군)들이 구매하는 단계로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그 첫번째 원인으로 전기차의 높은 가격을 꼽았다.

당시 송 사장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우려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며 세계 최초로 콘셉트카를 선보인 모델이 바로 EV3와 EV4다.

콘셉트카 디자인 이외에 두 차종과 관련한 사양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업계에선 EV3 시작 가격이 3천만 원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경차 캐스퍼를 위탁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2월부터 캐스퍼 전기차 시험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캐스퍼 전기차는 2023년 하반기에 출시된 기아 레이 EV와 비슷한 2천만 원 중후반 대부터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자동차 전문매체 Motor.es는 최근 마틴 사이츠 현대차 체코법인장과 인터뷰를 통해 두 가지 배터리 사양으로 올해 말 유럽에 출시되는 캐스퍼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유럽 기준 각각 300km, 400km를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64.3kW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205km다. 국내 시판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가격표가 붙은 레이 EV는 지난해 본격 판매를 시작한지 3개월여 만에 3727대가 국내에서 판매 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올해는 전기차에 지갑 열어볼까, 낮은 가격대 전기차 신차 앞다퉈 나온다

▲ 테슬라 모델3 페이스리프트. <테슬라 중국 홈페이지>

테슬라는 비싼 가격이 국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장벽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테슬라코리아는 2023년 7월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국고 보조금 100%(680만 원) 받을 수 있는 가격(5699만 원)에 맞춰 국내에 출시했다. 중국산 모델Y에는 기존 미국산 모델Y보다 2천만 원 이상 낮은 가격이 책정됐다.

중국산 모델Y는 국내판매를 본격화한 지난해 9월부터 단 4개월만에 1만3885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연간으로 치면 지난해 1만6605대로 국내 승용 전기차 전체 판매 1위에 오른 아이오닉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판매추세다.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산 모델Y의 출시는 국내에서 가격이 전기차 판매에 미치는 파괴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중국산 모델3를 국내에 들여오는데 이 또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중국산 모델3 부분변경 모델(프로젝트명 하이랜드)의 국내 인증을 완료했다. 신형 모델3는 환경부의 올해 보조금 정책에 따라 판매가격을 확정하고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형 모델3 역시 가격을 크게 낮춰 보조금을 받으면 4천만 원 초반대에 구매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전에 판매됐던 미국산 모델3의 국내 판매 가격은 싱글모터가 6034만 원, 듀얼모터가 7594만 원이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