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지난 2018년 갓 마흔이었던 LG그룹의 후계자가 회장에 취임했다. 재계 최연소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6년이 지난 지금
구광모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의 우려와 의구심에서 180도 달라졌다. 배터리와 전장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집중 육성하면서 LG그룹의 체질 개선을 제대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작년 연매출 10조 원을 넘기면서 그룹의 주력사업 반열에 올라섰으며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도 2023년 영업이익 2조 원을 돌파하면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냈다.
취임 6년차를 맞는 2024년에는
구광모 표 리더십 경영이 더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LG그룹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했던 부회장단을 모두 교체하면서 확실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른바
구광모 사단으로 불리는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2인 부회장 체제가 구축되면서
구광모 표 LG의 색깔이 한층 뚜렷해졌다.
과연
구광모 회장이 그리는 LG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지 LG그룹의 2024년 경영전략을 살펴본다.
◆ ‘가전은 LG’ 넘어 ‘전장은 LG’로
최근 열렸던 CES 2024에서 LG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LG그룹 전장 계열사들의 첨단 부품이 총집결된 이 콘셉트카는 차 안에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의 전략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기반으로 전장 부품 사업을 확대하고 계열사들의 역량을 전장 분야에 총집결해서 확실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차량용 OLED 사업을 통해 TV분야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전장 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LG전자는 합작법인 마그나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통합 플랫폼을 통해 미래 전장 기술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의 전장 사업은 10년 전 선대 구본무 회장이 씨앗을 뿌린 사업이다.
구본무 회장은 가전과 통신, 화학에 이은 미래 먹거리로 전장 사업을 점찍고 투자를 본격화했지만 전기차 시장이 개화되지 않았던 탓에 사업은 수년간 적자 상태였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은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경쟁력을 강화하다보면 곧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자를 이어나갔으며
구광모 회장은 이 의지를 이어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첫해부터 조 단위의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차량용 조명, 파워트레인 이렇게 전장사업의 3대 축을 완성했다.
구광모 회장은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도 꿈꾸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충전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최근 11킬로와트 완속 충전기의 미국 UL인증도 획득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아직까지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어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분야다.
이런 이유로
구광모 회장의 선제적 움직임이 LG 전장사업에 또다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배터리 양과 질 모두 잡는다, 압도적 경쟁우위가 살 길
얼마전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현지 최대 양극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북미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LG엔솔 역시 북미지역에 8개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LG그룹의 2025년 북미지역 배터리 총 생산능력은 전기차 4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까지 커지게 된다.
배터리 역시 선대 구본무 회장이 20년 넘게 열정을 쏟아부은 사업이다. 만년 2등이었던 회사를 1등 LG로 만들겠다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배터리였다.
지난 1992년 영국 출장길에서 처음 2차전지를 접한 구본무 부회장은 2차전지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연구개발을 지시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투자와 연구에도 가시적인 성과는커녕 적자 탈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은 ‘삼성에 반도체가 있다면 우리에겐 배터리가 있다’라며 임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LG화학은 2009년 세계최초 양산형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구광모 회장은 선대의 꿈을 이어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골든타임에 LG엔솔을 분사하는 결단을 내렸으며, 이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일궈냈다.
물론 2024년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감소하고 있으며 중국 배터리 회사들의 성장세도 계속 거세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일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혁신을 통해 생산 공장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배터리 라인업 확대, 전고체,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 구광모 표 ABC 신사업,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LG의 주력사업이 된 배터리와 전장사업은 선대 회장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업이다.
구광모 회장은 2024년에는
구광모표 신사업인 ABC 사업(AI, 바이오, 클린테크)을 육성하는 데 힘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할 사업은 바이오 사업이다.
LG화학은 미국 항암신약기업 아베오를 인수하는 등 지속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이어왔다. 결국 LG화학의 바이오 매출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어섰다.
LG화학은 앞으로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 등을 개발해 2030년까지 글로벌 탑 30 제약사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LG는 늘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사업을 주도해왔다. LG의 신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해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다.”
구광모 회장이 신사업을 두고 한 이야기다.
물론
구광모 회장이 점찍은 ABC 사업은 주요 기업들이 모두 뛰어들고 있는 분야인만큼 미래 성공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가전, 전장, 배터리 등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을 이어가느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2024년은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2023년만큼 LG그룹에게 의미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