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2차전지주의 주가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시즌을 지나면서 2차전지산업에 대한 실적부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조정에도 실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2차전지주 실적 부진 우려에 바닥없는 주가 하락, 증권가에서도 ‘신중론’ 지속

▲ 22일 LG에너지솔루션(-3.0%)을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3.0%)을 비롯해 포스코(POSCO)홀딩스(-3.86%), LG화학(-4.33%), 삼성SDI(-4.28%) 등 주요 2차전지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37만2천 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장중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상장 이후 기록한 역대 최저가(2022년 7월, 35만6천 원)를 가시권에 뒀다. 이날 LG화학, 삼성SDI 등도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10.95%)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으며 에코프로(-7.37%), 엘앤에프(-7.62%) 등 주요 2차전지 양극재기업 주가가 7%대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날 증권가에서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이 4분기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이 4분기 영업손실 425억 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기업들이 양극재 수출 단가가 2022년 대비 25% 가량 하락하면서 실적부진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원은 이날 전기차 시장의 둔화와 양극재 기업 경쟁심화를 이유로 2024년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보다 54% 가량 하향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실적시즌을 지나면서 2차전지산업에 대한 실적부진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전망치를 40% 가량 밑도는 어닝쇼크로 실적시즌이 시작된 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기업의 4분기 실적도 시장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2차전지주 주가도 크게 내리고 있다.

1월 들어 LG에너지솔루션(-13.0%), LG화학(-22.4%), 포스코퓨처엠(-26.7%), 삼성SDI(-24.2%), 에코프로비엠(-13.9%), 에코프로(-20.4%) 주가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5.2%)을 크게 밑돌았다.  

2차전지주가 지난해 향후 실적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빠른 상승랠리를 펼쳐왔던 만큼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타격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차전지주 실적 부진 우려에 바닥없는 주가 하락, 증권가에서도 ‘신중론’ 지속

▲ 지난해 에코프로 그룹주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의 본사 모습. <에코프로>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2차전지주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 종목이 2차전지 관련 종목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도 삼성SDI(5784억 원), LG화학(2657억 원), SK이노베이션(2222억 원) 등을 순매수하며 2차전지 종목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주가 조정에도 전문가들은 2차전지 종목의 변동성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대선, 수익성 악화에 따른 2024년 역성장 가능성 등이 2차전지주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미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금리인하 기대감 등 우호적 외부환경이 조성돼 4분기 실적발표 후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다만 높은 업종 불확실성으로 단기 트레이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실적이 2차전지주 주가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현지시각으로 24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K증권은 “2차전지주에 쉽지 않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려가 누적된 4분기 실적에서 반전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수요일 장 폐장 후 발표되는 테슬라 실적을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