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하이NA EUV' 도입 늦어 인텔에 밀리나, 삼성전자도 선택의 기로 놓여

▲ 인텔이 ASML의 하이NA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ASML의 차세대 반도체장비 ‘하이NA’ EUV 도입 시기를 2나노 공정 이후로 늦추기로 한 결정이 인텔에 추격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이 하이NA EUV 공정을 18A(1.8나노급) 미세공정 파운드리부터 적용하며 반도체 성능 경쟁력을 TSMC와 삼성전자 대비 크게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에 따르면 인텔이 앞으로 수 년 안에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서 TSMC를 앞서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텔이 네덜란드 ASML의 신형 EUV 장비 반입을 시작하며 반도체 생산에 활용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반면 TSMC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이NA EUV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기존 EUV 장비보다 더 미세한 공정을 구현하는 데 활용되는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파운드리 업체들이 상용화할 2나노 미만 공정에서 점차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2025년에 양산을 앞둔 2나노 파운드리에 기존 EUV 장비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하이NA 도입 시기는 일러도 203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텔은 올해 처음 선보이는 1.8나노급 공정에 하이NA EUV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기는 데 훨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TSMC가 하이NA EUV 도입을 늦추기로 한 배경은 충분한 생산 능력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TSMC가 2030년 이전에 하이NA EUV를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것은 기존 EUV 장비와 비교해 원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이NA EUV 장비의 가격이 비싸고 생산체계를 안정화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틀리풀은 이에 더해 TSMC가 이미 상당한 물량의 EUV 장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새 장비를 도입해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전했다.

애플과 같은 주요 고객사가 TSMC의 초기 EUV 장비 구매 비용을 일부 지원했는데 아직 하이NA EUV 기반 프로세서 적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배경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여러 요소를 고려해 하이NA EUV 도입이 충분한 경제적 이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해야만 적용 시점을 확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후발주자고 TSMC와 비교해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도입을 서두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하이NA EUV' 도입 늦어 인텔에 밀리나, 삼성전자도 선택의 기로 놓여

▲ ASML의 하이NA EUV 장비 홍보용 이미지. < ASML >

ASML이 이제 막 하이NA EUV 장비 출하를 시작한 상황이라 공급 부족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인텔과 삼성전자는 하이NA EUV 장비 초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SMC까지 경쟁에 뛰어든다면 자연히 공급 가격이 더욱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TSMC는 현재 3나노 및 2나노 미세공정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고가의 하이NA EUV 장비 구매를 시작한다면 비용 부담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하이NA EUV 장비는 1대당 3억 달러(약 3985억 원) 안팎의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은 2월 파운드리 사업 설명회를 열고 18A 및 차기 공정 기술과 관련한 로드맵을 공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하이NA EUV 적용과 관련한 추가 발표를 내놓을 공산이 크다.

모틀리풀은 “인텔은 이날 행사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기 위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두 기업에 우위를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아직 하이NA EUV 장비 도입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ASML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향후 도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결국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을 뒤따라 하이NA EUV 장비를 선제적으로 적용하면 TSMC의 기술력을 추월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규 기술 도입은 고객사 수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적용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