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1-15 17: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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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더현대대구로 리뉴얼 오픈한지 1년이 지났지만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매출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더현대대구(왼쪽)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더현대대구로 리뉴얼 오픈한지 1년이 지났지만 매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대구 지역 매출 1위를 뺏긴 이후 매출 격차가 오히려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유통업계에서는 더현대대구가 당분간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매출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더현대대구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리뉴얼해 2022년 12월16일 오픈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더현대’가 붙는 2번째 매장으로 대구점을 점찍은 것만 봐도 그룹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그룹의 기대를 생각하면 더현대대구 매출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오픈하기 전만 하더라도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1위를 기록하며 한자릿 수 순위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문을 연지 1년 만인 2017년 대구 지역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2017년 대구 지역 백화점 가운데는 처음으로 매출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에는 매출 1조4391억 원을 기록하며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2016년 매출 순위 11위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22년에는 21위를 기록했다. 2017년 매출 차이는 150억 원 정도였지만 2022년에는 2.5배까지 벌어졌다.
더현대대구로 리뉴얼 오픈을 한 이후에도 의미 있는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더현대대구는 매출 5989억 원,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1조4982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매출보다 더현대대구는 0.6%,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2.4%가 각각 증가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더현대대구 매출 차이가 매장 규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통했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오픈 당시 전 세계 2위 규모였다.
매장 위치를 보면 오히려 더현대대구가 대구 최대 상권인 동성로에 들어서 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위치한 동대구역 주변은 대구의 교통 중심지긴 하지만 동성로보다 번화한 상권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세계백화점이 확장하던 시기에 지역 거점에 큰 규모로 오픈하며 ‘지역 1번지’ 전략을 취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더해 신세계백화점의 고급화 이미지 전략도 명품 매장 유치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오픈 당시 대구 지역 백화점 최초로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이통·샤넬) 매장을 모두 유치했다. 까르띠에 매장까지 입점시키면서 대구 지역 고급백화점 이미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에르메스와 샤넬, 까르띠에 매장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명품 매장 유치 전략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2021년 매출 1조1939억 원을 기록하며 최단 기간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 51.3%가 늘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브랜드 가치 훼손을 막고자 국내에서 ‘매장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출점 매장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더현대대구가 동시에 에루샤 매장을 유치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에루샤 가운데 두 백화점에 동시에 입점해있는 브랜드는 루이비통 밖에 없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에루샤 가운데 하나의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내는 매출은 1년에 300억~500억 원에 이른다.
더현대대구는 에르메스와 샤넬이 빠진 자리에 다른 명품 브랜드들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4월 페라가모 매장을 정식 오픈한데 이어 12월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메종부쉐론 매장을 오픈했다. 올해 3월에는 셀린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세웠다.
▲ 명품 매장 유치에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밀린 더현대대구는 더현대서울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더현대서울 사운즈포레스트. <현대백화점>
더현대대구는 앞으로 더현대서울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더현대서울은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릴 만큼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들이 끊임없이 들어선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이를 매출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은 에루샤 매장이 없음에도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가지고 있던 최단 기간 연매출 1조 원 타이틀을 뺏어왔다. 기존 기록을 2년2개월 앞당겼다.
더현대대구도 영남권에서는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린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대구 리뉴얼 이후 약 350회에 달하는 팝업스토어를 유치했다. 전체 고객 가운데 MZ세대 고객 비중은 42%를 차지했다. MZ세대 유치에 있어서는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서울과 비교해 지방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에 MZ세대 유치만으로는 더현대서울 만큼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더현대대구로 리뉴얼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객 수가 30% 증가했고 팝업스토어와 넓은 문화공간 배치 등으로 더현대 대구를 방문 고객 연령대가 많이 젊어졌다”며 “앞으로도 더현대대구 경쟁력을 높여 트렌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더현대대구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이 처음 오픈할 때 업계에서는 백화점은 소위 주말 장사하는 곳인데 여의도에서 대형백화점이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경쟁사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더현대대구도 반등의 기회만 만든다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경쟁 구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