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가 새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 물량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이트60프로 제품 홍보용 이미지. <화웨이>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7나노 공정 프로세서 및 5G 통신반도체를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소비 기조에 힘입어 애플 아이폰 수요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메이트60프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제품을 받기까지 3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가 9월 출시한 메이트60프로는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정부 규제를 극복하고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사양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화웨이와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를 상대로 5G 통신반도체 및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제재조치를 시행했다.
화웨이는 이러한 규제로 최근 수 년동안 고성능 프로세서 및 5G 통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개발하지 못하며 샤오미 등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크게 빼앗겼다.
그러나 메이트60프로는 화웨이가 직접 설계하고 SMIC가 7나노 미세공정 기술로 생산한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출시됐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워 메이트60프로를 애플 아이폰15 시리즈보다 먼저 공개하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전략은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극복했다는 데 주목한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실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메이트60 시리즈 중국 판매량은 출시 8주만에 240만 대를 기록하며 이전작인 메이트50 시리즈의 4개월치 판매량인 180만 대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SCMP는 화웨이가 이미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수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쇼핑 성수기로 꼽히는 광군제 기간에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은 판매량에 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가 이처럼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 이유는 결국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의 부품 협력사들이 규제 이후 화웨이와 거래를 꺼리게 되면서 부품 공급망을 중국 협력사 중심으로 재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메이트60프로에 적용되는 부품 가운데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된 자국산 제품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규제 이전에는 통신칩과 메모리반도체, 센서 등 부품을 모두 해외 협력사에서 수급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중국 협력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부품 공급망을 단기간에 중국업체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성공한 것은 상당히 우수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개발하는 프로세서 안내 이미지. <하이실리콘> |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자연히 일부 부품의 공급 차질에 따른 병목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메이트60프로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SMIC의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가 병목현상의 원인일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SMIC는 TSMC나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상위 기업과 달리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 장비를 사들일 수 없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오래된 장비를 활용해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수율이나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큰 약점을 안고 있다.
SCMP는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 분석을 인용해 SMIC의 7나노 반도체 수율 부진이 메이트60프로 공급 부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이에 대응할 능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화웨이 스마트폰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폭스콘이 애플 아이폰 생산공장 근무자보다 화웨이 공장 노동자에 더 많은 임금을 제공하며 인력 확충에 힘쓰고 있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화웨이가 당장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추격하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는 현재까지 화웨이가 애플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며 메이트60프로가 중요한 성장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