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매도 금지 결정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 상품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ETF는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는 만큼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변동성이 장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2차전지를 중심으로 소수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는 테마형 상품이 늘면서 안정성이 옛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제는 +55% 오늘은 –23%, 공매도 금지에 2차전지 ETF도 ‘투자 주의보’

▲ 공매도 금지 결정에 2차전지 ETF도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2차전지 ETF는 앞으로도 한동안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국내 ETF시장에 상장된 780여 개 상품 가운데 하락률 상위 5개 종목은 모두 2차전지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가 23.15% 내리며 하락률 1위에 올랐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가 21.99% 하락하며 뒤를 이었다.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와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전날에는 각각 54.72%와 50.83% 오르며 상승률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한 종목이 하루에 50% 이상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국내 ETF시장에서 한 종목이 하루에 50% 이상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본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해 하루에 최대 ±60%까지 움직일 수 있다. 전날 50% 넘게 오르며 사실상 최대치까지 오른 셈인데 하루 만에 완전히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큰 변동폭을 보인 것은 레버리지 상품뿐이 아니다.

이날 하락률 3위와 4위, 5위에 오른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2차전지K-뉴딜’,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TOP1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으로 각각 13.12%와 13.04%, 11.54% 하락했다.

이들 상품은 전날에는 각각 27.03%와 29.53%, 27.99% 오르며 상승률 11위와 3위, 5위를 차지했다.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 역시 큰 변동폭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ETF시장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 유일한 인버스 상품인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은 이날 10.32% 오르며 상승률 1위에 올랐다. 반면 전날에는 23.09% 하락하며 780여 개 ETF 가운데 가장 많이 내렸다.

2차전지주 가운데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에코프로는 전날 상한가까지 올랐지만 이날은 3.74% 오르는 데 그쳤다.

2차전지 코스피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도 전날 22.76% 오르고 이날 10.23% 내리는 등 주가가 요동쳤지만 주요 2차전지 ETF 상품 변동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2차전지 ETF가 주요 2차전지 개별종목 주가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는 셈인데 최근 국내 ETF시장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들어 ETF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신상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테마라 하더라도 상승률을 높이기 위해 한 상품에 담는 종목 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이런 전략이 변동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상품 가운데 이틀 연속 상승률과 하락률 5위 안에 든 KBSTAR 2차전지TOP10과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만 봐도 종목 수를 ETF상품이 갖춰야 할 최소인 10개에 딱 맞췄다. 또한 상품 이름 안에 ‘10’이라는 숫자를 넣어 투자자들에게 이를 직접적으로 강조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ETF시장은 패션업계처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100개 종목을 담고 있는 ETF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투자자가 명확하게 상품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도록 10~20개 종목을 담은 상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실제 투자자들도 이런 상품에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는 +55% 오늘은 –23%, 공매도 금지에 2차전지 ETF도 ‘투자 주의보’

▲ 6일 국내 ETF시장 상승률 상위 6개 상품. 코스닥선물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한 5개 상품이 모두 2차전지 관련 ETF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2차전지 ETF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높은 변동성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2차전지주 주가는 전날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절반 정도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방과 하방이 모두 열려 있는 만큼 시장 당일 투자심리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2차전지 ETF 상품 지수의 근간이 되는 주요 2차전지주가 당분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과거와 달리 대형 글로벌 위기가 아닌 시점에서 나온 만큼 이례적이다”며 “숏커버 테마 투자전략 접근이 유효한 상황에서 2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도 “비이성적 시장 움직임인 줄 알고 있고 향후 반대급부로 숏커버에 의해 급등한 종목들은 급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날 크게 상승한 2차전지주들은 당분간 포트폴리오 내에서 중립 수준은 유지해 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여전히 2차전지산업의 성장성이 크다고 보고 지속해서 관련 ETF 상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투자자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 제공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날 2차전지 ETF투자자를 위해 2차전지 원리와 핵심소재 등의 정보를 담은 ‘2차전지 ETF가이드북’을 발간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전기차 침투율이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한 미국시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국내 2차전지 기업의 높은 성장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가이드북을 통해 투자자들이 2차전지산업을 이해하고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