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2차전지주가 급격한 조정장세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고밸류에이션이 진정됐다지만 수급 불균형 우려가 상존하는 데다 제품 수요 둔화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중장기 실적모멘텀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2차전지주 옥석 가리기 시점 왔다, LG엔솔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주목

▲ 2차전지주 주가는 대내외 불안과 수요둔화 우려에 밀려 가파른 조정세를 겪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한달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15.0%), 삼성SDI(-11.7%), 포스코홀딩스(-19.1%), 포스코퓨처엠(-28.9%) 등 시가총액 주요 2차전지주 주가가 코스피지수(-6.3%)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차전지 주요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26.5%), 에코프로비엠(-16.2%), 엘앤에프(-17.9%) 등 주가가 코스닥지수(-10.0%) 수익률 대비 부진했다. 

중동지역 불안, 시중금리 급등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전기차 수요둔화에 대한 우려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테슬라의 어닝 쇼크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출하 목표랑 하향 등 주요 전기차 기업들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분기 실적시즌이 전개되고 있지만 실적도 수요둔화 전망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피시장에서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3분기 최대 실적을 공개했지만 주가는 40만 원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26일에는 40만 원 밑으로 내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SDI도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40만 원대까지 내리면서 26일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황제주(주당 100만 원)였던 에코프로가 왕좌에서 내려와 60만 원까지 빠르게 내렸다. 엘앤에프도 14만 원대까지 내려 26일 52주 신저가를 쓰는 등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2차전지주 주가가 전 거래일에 이어 이날 상승하면서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 2차전지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2차전지 주가 반등세가 길게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증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반대매매에 따른 추가 하락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짧은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은 전반적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최근의 수직낙하 기조가 일단은 멈췄다"며 "이날의 상승을 반등의 신호탄이라고 보기는 다소 애매하다. 지속성 측면에서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짧은 투자 시점에서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봤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를 둘러싼 신용잔고의 조정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증시와 신용의 동반 조정구간에서 대체로 이전 고점 대비 30%가량의 신용잔고가 감소했는데 현재는 약 15%가량 감소해 절반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가조정에 따라 기업 펀더멘탈과 비교해 투자매력이 높아진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비중 확대를 준비할 시점이란 조언도 나온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고밸류 종목이었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의 2025년 EV/EBITDA 멀티플이 각각 23, 19배까지 하락하며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2차전지주 옥석 가리기 시점 왔다, LG엔솔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주목

▲ 삼성SDI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27일에는 삼성SDI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연이어 증권가에서 나왔다. 


이 연구원은 이어 "2024년 전기차 수요둔화를 우려한 생산 모델 및 생산량 목표지연 등이 이어지면서 2024년은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해인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삼원계의 제한적인 플레이어, 중국 보복조치로 인한 업스트림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고 조언했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삼성SDI 주가가 실적 대비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일제히 내놓으며 최선호 종목으로 꼽기도 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를 2차전지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한다"며 "하반기의 배터리 공급과잉과 산업 내 다수의 악재를 고려해도 주가는 과매도, 저평가 구간이다"고 언급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인 전기차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삼성SDI의 펀더멘탈 대비 주가 하락이 과했다"며 "단기 과매도 구간인 만큼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유럽향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향 노출도가 낮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무게중심이 점차 중국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유럽향 수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향 노출도가 낮은 엘앤에프, 미국향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가 예상되는 천보, 기술적 변화에 따라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나노신소재와 대주전자재료에 주목할 것을 추천한다"고 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