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규 SK엔무브 대표이사 사장은 5일 열린 '지크 브랜드 데이'에서 "열관리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 에너지 절약 기업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박 사장. < SK 엔무브 > |
[비즈니스포스트] 에어컨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환풍기를 달 필요도 없다. 그저 뜨거운 열을 배출하는 기계를 물처럼 투명한 액체에 푹 담그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 SK엔무브에서 선보인 신제품, 액침냉각액 '이플루이드(eFluid)'의 얘기다.
SK엔무브는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자사의 차세대 미래 먹거리를 소개하는 '지크 브랜드 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날 발표는 박상규 SK엔무브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맡아 액침 냉각액과 전기차 윤활유를 비롯한 사업 계획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박 사장은 "SK엔무브는 액침 냉각 이외에도 미래 전기차에서 필요한 냉난방 성능 개선 냉매 개발도 시작했다"며 "열관리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 에너지 절약 기업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 현장에서 SK엔무브는 자사의 전기차 윤활유, 신제품 이플루이드 등 기존 제품을 '지크이플로(ZIC e-FLO)'라는 브랜드로 다시 선보이면서 모든 제품들을 전시했다.
그 가운데 기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이플루이드였다. 내부 구조를 모두 드러낸 데이터 서버가 '물' 같은 용액 즉 이플루이드가 가득 찬 수조 속에 들어가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기계를 담가놓은 액체를 커다란 스포이드로 빨아들여 방문객들에게 수조 속에 든 게 액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언뜻 점성이 높은 물처럼 보이는 이플루이드는 사실 최신 액침 냉각 기술의 집약체다.
액침 냉각 기술은 서버 등 열을 내는 기계를 열 흡수율이 높은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힌다. 통상적으로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 설비로 식히는 것과 다르다.
SK엔무브의 박재현 이플루이드 기술 매니저는 "서버는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일반 PC보다 열 배출이 훨씬 높다"며 “서버를 담가놓은 액체가 순환하면서 열을 흡수해 서버를 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에 담긴 기계가 제대로 작동할까? 박 매니저는 웃으면서 “이플루이드는 기계의 작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화재 우려도 없다. 화재가 발생하려면 산소가 있어야 하는데 이플루이드 안에 들어간 기계는 공기와 접촉하고 있지 않아 불이 붙을 수가 없다. 이플루이드는 절연성 액체다.
박 매니저는 “이플루이드에 보관한 서버는 산소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태라 화재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며 “액체가 직접 접촉해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기존의 공랭식이나 수냉식 냉각 방식보다 에너지 소모 효율이 높다”고 설명다.
또 “SK엔무브에서 개발한 이플루이드는 기존에 생산하고 있던 지크 윤활유와 같은 원료를 공유한다”며 “현재 SK텔레콤 등에 제공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SK엔무브는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지크 브랜드 데이' 행사를 열고 자사의 차세대 미래 먹거리를 소개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액침 냉각액 '이플루이드(eFluid)'였다. 기계를 완전히 액체에 담구는 방식으로 냉각 효율이 높여 전력 등 냉각 에너지를 크게 아낄 수 있다. 행사 현장에 비치된 이플루이드 샘플. 가동하고 있는 서버가 투명한 이플리드 액체에 잠겨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가장 큰 장점은 이플루이드는 보관을 위한 수조를 설치하는 것 외에 별도의 냉각 설비를 설치하고 가동할 필요가 없어 전력 효율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이플루이드를 통해 냉각에 사용하는 전력 비용을 90% 절감했고 전체 전력 사용을 30% 줄일 수 있었다.
SK엔무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조 원 미만이던 액침 냉각 시장은 2040년 4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2040년 전기차 윤활유 시장 규모(12조 원)보다 거의 4배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SK엔무브는 전망한다.
SK엔무브는 이미 이플루이드를 차세대 주력 상품으로 보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상민 SK앤무브 그린사업실장은 “액침 냉각 기술은 이미 상용화는 되어 있다”며 “기술이 없어서 적용을 못하는 단계는 아니고 시장 수요의 성장에 따라 점차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액침냉각 전용 액체제품들과 같이 이플루이드도 아직 가격이 꽤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실장은 “앞으로 데이터센터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액침 냉각 설비를 갖추는 것보다 기존 냉각 장비가 소모하는 에너지 비용이 더 커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액침 냉각 시장의 성장은 결국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수요에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