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0탄소중립녹색정장위원회가 '석유화학산업 미래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석유화학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석유화학산업 미래전략 토론회' 개회식. <대한상공회의소> |
[비즈니스포스트] 석유화학산업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정부의 지원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특히 대체에너지 공급망 구축과 친환경 원료 수급 그리고 저탄소 제품 시장 조성에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석유화학산업 미래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박인철 롯데케미칼 상무는 대체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롯데케미칼은 공정 효율화와 탄소포집 등 분야에서 이 이상으로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해왔다"며 "설비수명이나 대체에너지원 확보 그리고 에너지 공급망 등 분야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현재 글로벌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춰 RE100(친환경 에너지 비중 100%)에 가입한 상태지만 한국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단지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많지만 설치한 단지로부터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전력망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이 어려운 분야에 기업이 투자를 집중하도록 강요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산업이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면 탄소 배출 감축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친환경 원료 수급이 원활하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은미 한국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석유화학산업은 산업계에서 시각을 조금 달리할 정도로 감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거창한 목표와 달리 욕심이 앞서 정작 원료가 얼마나 있는지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은 공정에 사용하는 납사를 바이오 납사로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일시적으로 몇 년 동안 천만 톤 줄이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추가 감축이 지지부진했다.
정 본부장은 이에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바이오 납사 원료 수급이 어려운데 막연하게 다른 나라를 따라 하다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원료 수급과 대체에너지 등 여건 마련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현장에 약 100여 명이 넘는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저탄소 제품 시장 조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석유화학산업의 탄소 중립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며 "연료나 원료의 생태계 조성과 기술적 측면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료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보며 정부와 기업 양측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유렵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언급했는데 이는 유럽연합에 외부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이것과 유사하게 고탄소 제품에는 추가 과세를 하고 저탄소 제품은 우대를 하는 등 가격 조정을 통해 저탄소 제품을 향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계획과 같은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해당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약 2조 엔(약 18조 원)이 넘는 금액을 석유화학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시스템 등 탄소감축 인프라를 마련하는 사업에 지원한다.
박은덕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 가운데 폐플라스틱 및 바이오매스 등 기술의 원료와 관련해 정부 부처와 협업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긴밀한 부처내 협업체제 구축 및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기가열이나 플라스마 등 탄화수소를 분해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원 등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해당 기술을 통해 석유화학 공정 도중 납사(기초 화학 원료)를 가열할 때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줄여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을 강조하는 업계와 학계의 의견에 이동철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장은 "정부는 현재 석유화학 분야에 있어서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것에 다른 산업계에 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약 1600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과 석유화학 생태계 여건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행사를 마치며 "탄녹위에서 강조하는 것은 '스케일업'으로 거대한 변화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가 빨라지고 규모가 커져야 한다"며 "계속해서 혁신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