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전기차 기세에 테슬라도 가세, 현대차그룹 안방 시장 수성 경고등

▲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이 제자리걸음 하는 가운데 테슬라가 5천만 원대 중국산 모델Y를 최근 국내에 출시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최근 테슬라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한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 모델. <테슬라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산전기차 판매는 제자리걸음 수준의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 2년 동안 국내 판매실적이 크게 후퇴했지만 최근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높은 중국 생산 모델을 들여오며 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에 하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에서 국산차와 수입차가 큰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보면 비회원사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는 올 상반기 1만81대가 판매돼 2022년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60.2% 급증했다.

상반기 수입 전기차 판매실적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이끌었는 데 두 프리미엄 브랜드는 상반기 전기차로만 각각 4039대, 2989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수입 전기차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 전기차는 3만8673대가 팔려 5.7%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판매가 이토록 다른 추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국산 전기차 가격이 오르면서 해외 고급 브랜드 전기차와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든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 국산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지난해 연식변경을 통해 각각 판매가격이 트림별로 최대 400만 원가량 올랐다. 

이에 아이오닉5에는 5005만~6135만 원, EV6에는 4870만~6245만 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지난해 9월 본격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의 가격은 5200만~6382만 원으로 아이오닉5보다 200만 원가량 더 비싸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모델 가운데 상반기 국내에서 2번째로 많이 팔린 EQA 250(6750만 원)과 아이오닉6 상위트림의 시작가격 차이는 368만 원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 수입 전기차의 부상으로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테슬라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전략을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어 판매에 비상등이 켜졌다.

테슬라는 14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국고 보조금 100%(680만 원) 지급 기준에 맞춘 가격(5699만 원)에 국내에 출시했다.

국내에 7874만 원에 판매돼 온 미국산 모델Y 4륜구동 롱레인지 모델은 판매를 중단했다. 중국산 모델Y는 기존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LFP)로 바꿔달고 기존 모델과 비교해 가격을 2천만 원 넘게 내렸다.

테슬라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고 보조금을 받으면 4천만 원 후반에서 5천만 원 초반에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환경부는 17일 테슬라가 국고 보조금 가운데 140만 원 지급기준인 친환경차 보급목표 지정 10개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등 "전기차 구매보조금 수준뿐만 아니라 보조금 지급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실제 구매가격은 한국환경공단이 실시하는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모델Y는 올해 1분기 역대 전기차 최초로 내연기관차를 모두 제치고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기모델인 만큼 저렴한 중국산 모델의 국내 상륙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인 미국 테슬라는 '시가 테슬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시로 오른 가격 탓에 다른 수입 전기차 판매가 국내에서 급증하는 동안 오히려 급격한 판매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 동안 중형 세단 모델3와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모델Y의 국내 가격 인상 폭은 트림에 따라 2천만 원을 넘나들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보면 2021년 상반기 1만1629대였던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2022년 상반기 6746대로 절반 가까이 꺾인 뒤 올 상반기에는 3732대로 다시 한번 반토막이 났다.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던 테슬라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입차 전기차 1위 자리를 내 준 상태지만 가성비 모델Y를 앞세워 판매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수입 전기차 기세에 테슬라도 가세, 현대차그룹 안방 시장 수성 경고등

▲ 기아 준대형 전기 SUV EV9. <기아>

올해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한 해다.

지난해 아이오닉6를 출시하며 세단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한 현대차그룹은 최근 출시한 기아의 플래그십 준대형 SUV EV9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경차 레이EV로 올해 모든 차급에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풀라인업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테슬라를 비롯한 수입 전기차의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오닉6은 지난해 8월 사전계약 첫 날 계약 대수 3만7446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지만 출시 1년이 채 안돼 신차효과가 사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아이오닉6의 월간 판매량은 4천 대에 육박했지만 올해 들어 1천 대 수준으로 떨어지다 지난 달에는 491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이에 현대차는 아이오닉6 생산 월에 따라 최대 400만 원의 재고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출시 3년차를 맞은 아이오닉5 역시 비슷한 수준의 재고할인이 진행 중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방어하는데는 최근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 및 EV9와 곧 출시될 레이EV의 활약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국산 준대형 SUV EV9는 7천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격에도 지난달 19일 출시 뒤 10일 남짓한 기간 동안 1334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레이EV 역시 국내 경차 시장에 5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경형 전기차인 만큼 상당한 판매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기아는 2012년 국내 최초 민수용 양산 전기차이자 레이EV를 국내에 내놨지만 구형 레이EV는 91km가 채 안되는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잦은 고장으로 약 2천 대가 판매되는데 그치며 2018년 단종된 바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신형 레이EV가 기존보다 2~3배 이상 늘어난 200~30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 만큼 중국산 모델Y가 가격경쟁력만으로 왕년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 전기차 라인업은 출시 뒤 시간이 흘러 디자인 등에서 노후화 됐다"며 "가격 만으로 판매 회복을 보일 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