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 더 높인다, K-배터리 3사에 압박 커져

▲ 중국 배터리 생산력이 2025년까지 대폭 증가해 수출량 또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EV) 배터리 업계가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이들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단가 인하 경쟁을 주도해 한국 배터리 3사에 가격 인하 압박을 더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24일 중국 현지언론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 배터리 산업이 CATL과 BYD 등 상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

투자전문매체 겔롱후이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 50여 곳의 생산능력 총합은 2025년 기준 4800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의 10배 수준이다.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현지에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은 점차 사업을 철수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중소 업체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 상위 배터리 제조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ATL과 같은 업체들이 배터리 소재 공급사 등 협력업체에 더 강한 협상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전문지 CNEV포스트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배터리 원료인 탄산리튬을 공급하는 회사들에 공급가 10%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지금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로 자리잡고 있는데 내수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다면 앞으로 협력사에 이러한 압박을 더 많이 할 수도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2023년 상반기에 모두 56.7기가와트시(GWh) 용량의 배터리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19.3%에 해당한다.

그동안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사실상 모두 내수시장에서 소비되던 상황은 이미 과거의 일로 남게 된 셈이다.

가격 경쟁력과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춘 중국 상위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면 자연히 한국 배터리 3사에 가격인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주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2025년 전후로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 더 높인다, K-배터리 3사에 압박 커져

▲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짓고 있는 배터리 생산설비들도 2025년에 대부분 양산에 들어가며 중국산 배터리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 LG에너지솔루션 >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과 오하이오주 파예트 등 지역에서 2025년부터 연간 400기가와트시 용량의 배터리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SK온과 삼성SDI 또한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를 신설하고 있는데 대부분 2025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중국 배터리 산업이 CATL을 비롯한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점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출하량을 대폭 늘리게 되는 셈이다.

자연히 중국 업체들과 한국 기업들 사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사실상의 ‘전면전’이 진행되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현재 북미에 건설되는 한국 업체들의 배터리 생산설비는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합작회사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중국산 배터리와 직접 수주 경쟁을 벌이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완성차 기업들과 배터리 수주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경우 중국 경쟁사의 배터리 단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의 영향권 아래 놓일 공산이 크다.

중국 배터리가 낮은 가격에 더해 품질까지 갖춰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 비용이 낮아질수록 연구개발(R&D)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국내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양이 질을 창조하는 국가”라며 “중국 기업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한국 업체들이 중국 경쟁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한다면 시장 주도권을 지켜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일찍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해 온 만큼 중국 기업보다 브랜드 이미지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기업 스텔란티스와 BMW 등이 자사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적극 홍보하는 것이 한국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결국 한국 배터리 기업이 중국과 가격 경쟁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힘쓰며 주요 완성차 고객사와 관계를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한국 등 다른 국가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