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복원법이 통과됐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해당 법안에 따라 2030년까지 국경 안에 있는 생태계를 20%까지 복원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사진은 7월12일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자연복원법 찬반투표에 참여하는 유럽의원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의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하는 자연복원법안이 통과됐다.
12일(현지시각) 유럽의회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 자연복원법안 협상안은 찬성 336표, 반대 300표, 기권 13표로 가결됐다.
같은 날 자연복원법안 폐기 안건은 찬성 312표, 반대 324표, 기권 12표로 부결됐다.
자연복원법이 적용되면 2030년까지 유럽연합 회원국은 국경 안에 있는 토지와 해양의 생태계를 20%까지 복원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회원국은 또한 2050년까지 서식지를 100% 복구해야 한다. 현재 유럽 전체의 서식지 가운데 81%가 생물이 살기에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유럽의회 의원 세사르 루에나는 기자회견에서 “자연복원법은 어떤 사람에게도 불리한 법이 아니며 자연을 구하기 위한 법”이라며 이번 투표 결과가 “거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자연복원법은 발의됐을 때 유럽국민당(EPP)과 코파코제카(Copa Cozeca) 등 농어민 협동조합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파는 법안을 실행할 예산부족과 식량안보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
법안에 반대하는 유럽의회 의원 로잔나 콘테는 공개토론장에서 “(자연복원법 때문에) 농부들은 농사지을 땅이 줄어들고 어부들은 조업할 바다가 줄어든다”며 “유럽제품의 경쟁력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 관련 과학자들은 자연복원법이 생물다양성을 지켜 기후위기 시대에 닥쳐올 식량안보를 지켜낼 기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이 계획대로 적용되면 장기적으로 식량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에는 6천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생물학자 가이 피어는 가디언을 통해 “로비스트들이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정책결정권자들이 과학적으로 잘못된 방향을 잡으면 그걸 고쳐주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최종투표에 들어가기 직전 일부 보수파 의원들은 법안을 일부분 수정하는 조건으로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했다.
유럽위원회가 법안에 따른 규제를 시행하기 위한 예산을 12개월 이내에 마련해야 하고 예산 부족에 따른 문제를 미리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또 법안을 실행하기에 앞서 장기적 식량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환경을 갖추고 유럽연합 회원국이 개별로 복원이 필요한 지역과 서식지 종류에 따른 목표치를 설정하기로 했다.
유럽국민당 의원 프란시스 피츠제럴드는 입장을 바꾸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양심에 손을 얹고 이번 법안에 반대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앞으로 이 법안을 두고 더 건설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