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국내산 철강제품에 ‘관세폭탄’을 매기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미국 측의 이번 관세폭탄 조치로 대미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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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우리 철강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의 철강제품들에 대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부과를 하고 있다.
반덤핑관세는 수출가격이 적정가격 이하에 판매했을 경우에 부과하며 상계관세는 정부보조금 때문에 불공평한 경쟁을 했다고 판정될 때 매긴다.
미국 상무부는 6일 포스코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 등 총 60.93%의 관세율을 책정했다. 포스코는 미 상무부가 중복 관세항목을 조정하면서 반덤핑관세는 면제받아 57.04%의 상계관세만 적용받게 됐다.
현대제철은 반덤핑 9.49% 상계관세율 3.89%로 총 13.38%의 관세를 부과받는 것이 결정됐다.
열연강판은 고로(용광로)에서 나오는 쇳물로 만든 반제품(슬래브)을 가열해 약 6mm 이하 두께로 압연한 제품이다. 자동차나 가전, 건축, 선박, 강관 등 산업 전반에서 철강 제품의 기초로 쓰인다. 국내에서 열연강판을 만드는 곳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뿐이다.
이번에 발표된 관세율은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최종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자국 철강업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미 상무부의 이번 결정이 뒤집힐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번 관세폭탄으로 대미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열연강판 수출국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열연강판은 총 115만 톤으로 금액으로는 7억639만 달러에 이른다.
포스코 열연강판의 경우 한미FTA 이전부터 무관세를 적용받았고 지난해 85만 톤(4억 달러)를 미국에 수출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열연강판을 무관세로 수출해왔는데 높은 관세가 부여될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열연강판 뿐만 아니라 도금강판과 냉연강판에도 최근 관세폭탄을 부여하고 있다.
도금강판은 부식을 방지하는 표면처리를 한 철강제품이고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을 상온에서 2mm이하 두께로 압연한 제품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7월 한국산 도금강판에 대해 동국제강 제품은 8.75%, 현대제철 제품은 47.8%의 관세율을 확정했다. 미 상무부도 7월 포스코 냉연강판에 대해 64.7%, 현대제철 냉연강판에 대해 38.2%의 관세율을 책정했다.
미국 측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대선 등으로 커진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중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 분쟁의 불똥이 한국산 철강제품에도 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한국산 철강제품이 적정 가격보다 낮게 수입돼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86.96~158.93%의 반덤핑 관세를 주장해왔다.
미국 측은 한국 철강업체들이 적정 가격 이하로 전력 등을 공급받아 생산한 것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금융보험 등을 불법보조금으로 간주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공정 조사 여부를 검토한 뒤 행정소송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