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퓨처엠이 주력인 배터리 소재사업의 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핵심광물부터 중간소재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을 구축한 포스코그룹의 역량은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배터리 소재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배터리소재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포스코그룹의 공급망 역량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은 김 사장이 19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여자바둑선수단 출정식에서 선수단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포스코퓨처엠>
22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전기차 보급률이 급격한 상승 추세를 지속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과 중간소재의 공급망 확보가 배터리 셀 및 소재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에 따르면 전기차용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수요는 올해 1TWh 수준에서 2030년 3.7TWh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30년 예상되는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려면 적어도 5140억 달러의 배터리 공급망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니켈과 리튬 등 핵심 광물 생산에 2200억 달러(43%), 2.7TWh의 배터리 추가 생산에 2010억 달러, 양극재와 전구체 등 배터리 중간소재 생산에 930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앤드루 밀러 벤치마크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에너지전환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산업계와 정책 입안자들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전기차 보급률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5년까지 배터리 공급망에 투입돼야 하는 금액은 총 9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배터리 수요를 충족할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만 소요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인 광물을 생산하기 위해 광산을 개발하는 데는 적게는 5년, 길게는 25년이나 걸린다.
자본이 충분하더라도 시간적 제약 때문에 공급 부족이 발생할 여지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급망 역량이 기술력과 생산능력 이상으로 배터리 관련 업체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배터리소재업체 가운데 가장 탁월한 공급망 역량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
특히 광물 확보와 중간 소재 생산뿐 아니라 공급망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네트워크 역량까지 함께 아우르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뒷받침이 포스코퓨처엠의 배터리소재사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은 21일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함께 글로벌 1위 전구체 전문기업인 중국 CNGR과 2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JVA)을 맺었다.
포스코홀딩스는 CNGR과 각각 6대 4 지분으로 경북 포항에 니켈 정제법인을 설립해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CNGR과 각각 2대 8 지분으로 포항에 전구체 생산법인을 세워 황산니켈을 활용해 전구체를 만들게 된다.
전체 투자규모는 약 1조5천억 원이다. 생산능력을 보면 니켈 정제법인은 연산 5만 톤, 전구체 생산법인은 연산 11만 톤이다.
세계적 전구체 전문기업과 협력은 포스코퓨처엠이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면 성사되기 쉽지 않았을 사안으로 평가된다. 막대한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지닌 포스코그룹의 역량이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통해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광물 확보 능력을 갖춰 놓았다는 점은 단연 돋보이는 부분으로 여기진다. 포스코홀딩스는 일찍부터 호주 리튬 광산과 아르헨티나 염호 등을 통해 리튬과 니켈 등 2차전지 소재에 들어가는 광물 확보에 힘써왔다.
▲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에서도 자체적으로 공급망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2단계 투자를 진행하며 양극재 생산공장의 증설과 함께 전구체 공장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단계 투자를 위해 1조 원을 투입한다.
북미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이 권역 내 공급망 구축 정책기조가 강화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북미에서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배터리소재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포스코퓨처엠의 독보적 기술과 양사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배터리 소재를 생산해 글로벌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역량은 공급망뿐 아니라 고객 외연을 확대하는 데도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조만간 미국 미시간주 포드 본사에서 짐 팔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지며 포스코퓨처엠과 포드의 배터리 동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준형 사장도 북미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 같은 관측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포스코퓨처엠은 수주를 날로 확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1년 사이 100조 원 넘는 양극재 수주 계약을 체결했고 앞으로도 수주 확대 여력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준형 사장은 19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여자바둑선수단 출정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수주 가능성과 관련해 “발표를 못할 뿐이지 진행되는 것은 꽤 많이 있다며 ”국내 배터리 3사나 글로벌 완성차기업 쪽과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개발과 관련해서도 “자체 개발하는 방법과 기술을 지닌 회사와 제휴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의 2023~2025년 소재 분야 연평균 성장률은 약 80%로 이 가운데 양극재 연평균 성장률은 90% 이상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양극재 수주 계약이 이뤄지면 2025년 외형성장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