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고삐, 경계현 엑시노스 브랜드 경쟁력 도약 노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차량용 첨단반도체 분야에 힘을 줘 엑시노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차량용 첨단 반도체 사업에서 엑시노스 브랜드를 앞세우며 고객사 확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그동안 보급형 스마트폰 분야에서만 성과를 냈던 엑시노스 브랜드 이미지를 차량용 첨단 반도체를 통해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시장 영향력을 넓혀 삼성전자 팹리스(반도체 설계)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엑시노스의 브랜드 경쟁력은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기술력을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엑시노스가 고전하면서 반도체 설계 기술력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을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기업 AMD가 PC에 적합하게 만든 그래픽처리장치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변환해 2022년 엑시노스2200에 내놨지만 성능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특히 엑시노스2200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2에서 발열과 게임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게임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에 휩싸이며 다음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3에 엑시노스 시리즈가 아예 탑재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 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겪은 이미지 저하 문제를 모바일용 엑시노스의 보급형 라인업에 힘을 주며 시장 입지를 다졌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의 올해 1분기 모바일 AP 엑시노스 출하량은 1910만 대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출하량이 증가한 요인은 엑시노스 1280이 들어가는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53과 A33, M33이 선전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다만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급형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용 첨단 반도체에서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경 사장은 엑시노스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성장하는 차량용 첨단 반도체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첨단 반도체 시장은 2023년 760억 달러(98조 원가량)에서 2028년 1300억 달러(약 16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시장 성장률이 3%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매우 가파른 성장세다.

스마트폰 AP시장의 경쟁이 과열되고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반면 차량용 첨단 반도체 분야는 성장하고 있는 데다 아직 뚜렷한 절대강자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도체업계에선 경 사장이 차량반도체로 엑시노스 사업분야를 넓히는 전략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현대자동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오락+정보)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V920’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것도 엑시노스 이미지 제고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반도체업계에서 공급사를 스스로 밝히는 일은 흔하지 않다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기존 제품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약 1.7배 향상됐고 고성능·저전력의 LPDDR5 D램을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오토 8890’을 시작으로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기업에 차량용 첨단 반도체를 제공하면서 차량용 엑시노스 저변을 넓히는데 힘을 줘 왔다.

경 사장이 이처럼 차량용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엑시노스의 부활을 노리는 이유는 종합반도체 업체로서 팹리스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용 반도체 개발업체 모빌아이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칩을 생산하는 계약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에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와 5나노 파운드리 생산 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에이디테크놀로지와 협력해 독일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비딘티스와 5나노 공정에서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계약도 맺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엑시노스에서 성과를 낸다면 자체 생산량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단기전략으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장용 시스템온칩을 포함한 비모바일 분야에도 힘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