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3-06-08 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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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화장품업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존 화장품시장 최대 소비처였던 중국 이외에 다른 국가로 수출이 확대되는 한편 브랜드 고객층을 넓히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더마화장품 에스트라 일본 진출을 결정하고 다른 브랜드 헤라를 통해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 아모레퍼시픽이 더마화장품 에스트라 일본수출과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브랜드 설화수 리브랜딩으로 하반기 매출 증대에 나선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의 일본 진출은 더마화장품이라는 제품군 강점에 비중국 수출 확대 전략을 가미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더마화장품이란 의약품에 화장품을 더한 것으로 트러블이 심한 피부를 위한 맞춤형 제품과 고기능성·고함량 제품 등이 주류다. 에스트라는 특히 국내에서 탄탄한 소비자층을 갖추고 있다. 올해 1분기 CJ올리브영의 더마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 이어 새로운 시장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9월 현지에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일본은 더마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초기 시장인 동시에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앞서 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운 시기에도 한국 화장품 수입을 꾸준히 늘렸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국내 화장품의 일본 수출은 2017년 1억9천만 달러에서 2021년 5억8400만 달러로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32.4%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비중국 수출 대상국으로 일본뿐 아니라 북미에도 진출해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다. 중국과 함께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요 국가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미국 900억 달러, 중국 800억 달러, 일본 300억 달러, 한국 130억 달러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럽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가 영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4월에는 영국 판매법인을 신설했다.
이처럼 비중국 공략을 강화한 결과 최근 실적 측면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고 있다. 1분기 아모레퍼시픽 북미 매출은 62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0% 커졌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EMEA) 매출도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하면서 고객 만족을 위해 맞춤형 제품 출시, 젊은 층 대상의 리뉴얼 등 다양한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600가지 옵션 선택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베이스 메이크업 화장품 톤워크를 출시했다.
5월 출시된 브랜드 헤라의 인공지능 기반 베이스 메이크업 화장품 ‘톤워크’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피부 색상에 최적화된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선택 가능한 옵션 종류는 무려 600가지에 이른다.
브랜드 설화수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년 여성이 애용하는 한방 화장품’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리브랜딩이 이뤄지는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라는 콘셉트에 맞춰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화수 한자 로고 대신 영어 로고를 표기하고 색상도 교체했다. 이후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기존 15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50% 이상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모레퍼시픽은 강한 브랜드 구축을 위해 주요 브랜드들의 재정비, 혁신적인 뷰티 테크 연구를 통한 신성장 등을 시도하고 있다”며 “글로벌 비즈니스 고도화를 위해서는 북미, 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한 글로벌 성공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동시에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도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과 e커머스 사업 역량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비중국 수출 확대, 제품군 개편 등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최근 화장품업계 패러다임 변화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K팝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기존에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방화장품의 유행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새로운 화장품을 들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업계의 가장 큰 먹거리가 됐던 중국권 수출이 점점 부진해지고 있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매출은 올해 1분기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 이 여파로 아모레퍼시픽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작년 1분기 379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752억 원으로 27% 줄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국내 대형 화장품기업 가운데 내수 비중이 가장 높아 중국사업 부진에 따른 타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중국 공략과 리브랜딩 전략 등이 더해지면서 올해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이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28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 줄지만 영업이익은 30% 늘어나는 것이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비중이 직접적이지 않아 대형 기업 중 중국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며 “지난해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비중국 사업 확장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하반기 이니스프리 중심으로 리뉴얼된 제품의 수출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