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6년 만에 초고속 성장, 경계현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

▲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2023년 5월12일 출범 6주년을 맞는데 초고속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출범 6주년을 앞둔 가운데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단기간에 업계 2위까지 오른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을 기존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무버’로 바꿔 5년 안에 1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파운드리사업부가 12일 기존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에서 독립사업부로 승격된 지 6년이 된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파운드리사업을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내부 물량 위주로 제조하는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파운드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자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를 만들어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 진입이 경쟁사 대비 한참 늦었던 만큼 걱정스러운 시선도 존재했다.

TSMC가 1987년에 설립돼 36년 동안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판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가파르게 성장하며 이와 같은 우려를 거의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18년 약 116억6700만 달러였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은 2022년 200억 달러(약 26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연평균성장률이 15%를 넘는 것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2022년 영업이익도 2조 원 이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파운드리산업에서 시장점유율도 2022년 4분기 기준 15.8%로 1위인 TSMC(58.5%)와 격차는 아직 크지만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3위인 UMC(6.3%)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차이는 2배 이상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반도체에서 쌓은 공정기술과 장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D램에서 미세공정을 통한 성능개선, 원가절감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이런 노하우를 파운드리에도 접목할 수 있었다. 또 EUV(극자외선), DUV(심자외선) 노광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반도체장비를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설비투자 효율화에 도움이 됐다.

메모리반도체에서 번 돈을 파운드리에 투자하며 첨단공정 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것도 단기간에 파운드리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AP) 등 내부 물량은 미세공정이 요구되는 제품이어서 파운드리사업부도 구식공정보다는 첨단공정에 집중했던 것이다.

현재 4~7나노 첨단공정 비중은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3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첨단공정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가 대략 6대 4의 비율로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전체 파운드리에서는 시장점유율이 15.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전하는 셈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첨단공정 위주 전략은 모바일 AP, 고성능컴퓨팅(HPC) 등 미세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에 완전히 맞아떨어졌다.

반면 14나노 공정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인텔은 삼성전자와 공정 기술력 격차가 완전히 벌어졌다. 인텔은 뒤늦게 첨단공정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첨단공정에 집중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19년 퀄컴에서 7나노, 2020년 엔비디아에서 5나노 공정 수주까지 따내며 외부 대형 고객사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6년 만에 초고속 성장, 경계현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파운드리 진검승부를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사업부의 삼성전자 DS부문 내 위상도 크게 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DS부문 내에서 ‘돈 못 버는 사업부’로 불리며 직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부서였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메모리반도체의 실적부진을 메워주며 ‘실적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파운드리 1위인 TSMC마저 이기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경 사장은 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열린 학생 대상 강연에서 “2나노로 들어오면 우리가 앞설 수 있다”며 “5년 안으로 TSMC를 따라잡겠다”고 자신했다.

3나노 공정에서 전력 소비와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만큼 2나노에서는 TSMC와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TSMC는 2나노에서 GAA 방식을 처음 도입하는데 기존 핀펫 공정과는 완전히 다른 공정인 만큼 도입 초기에는 수율을 잡는 데 애를 먹을 공산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삼성전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TSMC와 전반적 기술격차를 크게 해소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워런 버핏의 TSMC 지분매각이 양안관계의 지정학적 긴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할 때 TSMC 고객사들 입장에서도 삼성전자가 대안업체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