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빠른 공정기술 발전 속도를 앞세워 TSMC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의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파운드리 부동의 1위 기업인 TSMC의 리더십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세공정 기술 발전 속도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운드리업계의 2나노 등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미국 인텔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9일 증권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TSMC는 현재 적극적인 ‘위기대응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의 핵심인 미세공정 기술발전 속도도 다소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약 2개월에 걸쳐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5월에는 대만과 유럽, 6월에는 이스라엘과 중국, 일본에서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 말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의 우수성을 글로벌 고객사들에 홍보하고 2025년 도입을 예고한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의 활용 계획도 발표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시킹알파는 TSMC가 파운드리사업의 리더십 유지에 관한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TSMC의 2나노 기술 도입 시기가 경쟁사인 인텔보다 2년 가까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경쟁에 대한 내용에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이르면 2024년 초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고 이를 고객사 파운드리 위탁생산에 도입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한 단계 앞선 1.8나노 기술 적용을 예고했다.
반면 TSMC는 2025년 말 2나노 기술을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킹알파는 인텔의 1.8나노 기술이 사실상 TSMC의 2나노 공정과 대등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이를 고려해도 TSMC의 새 공정기술 도입 시기는 1년 정도 늦어지는 셈이다.
TSMC가 현재 엔비디아와 AMD, 퀄컴과 애플 등 기업의 시스템반도체를 대부분 위탁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에서 이들을 고객사로 빼앗아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신사업 분야에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공정 기술력이 더 앞선 인텔에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텔이 처음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 발전 계획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지나치게 무리한 목표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TSMC와 같은 선두 기업과 비교해 새 공정기술 도입에 필요한 시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이 수십 년 가까이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지배력을 지켜내고 있던 노하우를 앞세워 파운드리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성장하며 TSMC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 |
세계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까지도 매우 유력했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지난해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TSMC보다 약 반 년 먼저 시작하면서 이러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증명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인텔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새 경쟁사로 떠오르면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 쉽지 않은 대결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2나노 미세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한 시기도 2025년으로 TSMC와 일치한다. 인텔과 비교해 유의미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시킹알파는 TSMC가 결국 수 년 안에 인텔보다 약 3년 정도 뒤처지는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치게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이 상당히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등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첨단 미세공정으로 핵심 고객사들의 위탁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 한 상황에서 TSMC에 이어 인텔을 새로운 강력한 경쟁 상대로 맞이하며 이중고를 겪게 됐다.
다만 시킹알파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객사들의 움직임은 다소 늦게 본격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주요 반도체기업이 TSMC에서 인텔로 이동하는 일은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정 기술 발전에 더욱 속도를 내 수 년 안에 인텔을 추격한다면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시킹알파는 “TSMC가 파운드리시장에서 앞으로 수 년 동안은 굳건한 입지를 지키겠지만 점차 리더십을 잃어가는 일은 기정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