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올해 10월 만료되는 중국 반도체장비 반입 유예기간을 1년 연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갈등에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됐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이를 활용해 불확실성이 큰 중국 생산시설에서는 범용제품 위주로 생산하면서 국내에서는 첨단반도체 HBM(광대역폭메모리)에 힘을 주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미중 갈등에 투트랙 전략, 경계현 인공지능 HBM으로 수익 방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해 중국 생산시설에선 범용제품 중심으로 생산하면서 국내에서는 첨단반도체 HBM(광대역폭메모리)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기업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장의 생산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가 첨단반도체를 주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전자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를 고려해 중국 생산시설에서는 레거시(구형) 공정 중심으로 물량을 유지하면서 국내를 중심으로 수익성 높은 차세대 반도체 확장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37%를 생산하고 있고 중국 쑤저우에서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애초 올해 10월 미국의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통제 유예기간이 만료되면 삼성전자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중국공장에 반입할 때마다 미국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유예기간을 1년 연장한다는 뜻을 보임에 따라 경 사장은 중국 공장과 관련한 대처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경 사장이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등의 산업발전에 맞춰 데이터센터와 서버등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에 착안해 HBM(광대역폭메모리) 사업에 힘을 줘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광대역폭 메모리반도체다. D램을 여러 개 적층하면 기반 면적당 훨씬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데 이 때문에 HBM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HBM의 가격은 올해 4월 초 기준 PC용 제품인 DDR4 16기가비트(Gb)의 현물가격보다 60배 비싸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인 셈이다.

HBM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 서버에 한정돼 있어 아직까지 시장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을 비롯해 중국 바이두와 같은 IT기업들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처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HBM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0~4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 사장은 성장하는 HBM 시장흐름에 올라타 반도체 업황 반등 국면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미국 마이크론이 10%를 점유하고 있다.

시장 초기에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다소 뒤쳐졌는데 경 사장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차세대 HBM 개발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서 "5년 전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개발 등에 신규 투자를 더 집행해 격차를 벌려 나가겠다”고 말하며 차세대 고부가제품에 힘주겠다는 뜻을 보였다.

특허청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표 ‘스노우볼트’를 출원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상표는 차세대 HBM인 ‘HBM3P’의 상표로 추정되는데 클라우드 서버, 고성능 컴퓨팅,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등에 주로 활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HBM3P는 HBM의 4세대 제품인 HBM3의 용량과 성능을 대폭 늘린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으로 올해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 사장은 HBM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HBM-PIM개발에도 힘을 주고 있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융합기술이 입혀진 제품으로 지능형 반도체로도 불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HBM-PIM이 인공지능 서버에 탑재되면 기존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능이 약 3.4배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경 사장은 시스템반도체와 다수의 HBM을 결합하는 방식의 기술개발에도 집중해 제품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산업에 적합한 HBM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IT산업에서 화두가 되고 있어 고성능 고용량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게 이미 HBM 제품을 공급해왔고 차세대 초전력 HBM 제품도 양산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