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면세업계가 봄바람을 맞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 경쟁을 지양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1분기 실적 보니, 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 실적 봄바람 예고

▲ 면세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호텔신라의 1분기 호실적이 사실상 다른 대기업 운영 면세점들의 1분기 호실적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모습. <연합뉴스>


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1분기에 호실적을 냈다는 사실은 다른 대기업 운영 면세점들도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텔신라는 1분기에 면세유통(TR)부문에서 매출 6085억 원, 영업이익 252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4월28일 밝혔다. 2022년 1분기보다 매출은 4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8% 늘었다.

외형이 반 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내실 경영’ 기조 덕분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에는 중국 보따리상을 한국으로 오게 하는 여행사들에게 수수료를 많이 줘야지만 중국 보따리상을 신라면세점에 오게 할 수 있었다. 사실상 높은 수수료로 중국 보따리상을 ‘모셔온’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높다 보니 호텔신라 손에 남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중국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는 사실상 빈손이었다는 것이 증권가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결국 호텔신라는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면세사업자들과 펼치던 알선수수료 경쟁을 지난해 3분기를 마지막으로 포기했다.

품목별로 다르지만 최대 40~50%까지 주던 수수료를 이후 30%대까지 낮췄던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 결정 때문에 호텔신라가 매출에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호텔신라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1분기 실적을 ‘완전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하면서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올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호텔신라는 1분기 실적에서 따이궁 매출이 크게 감소했지만 알선수수료율을 약 5%포인트 개선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며 “개별 관광객 비중 증가 및 중국 보따리상 관련 매출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갈수록 실적 개선 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신라만 홀로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호텔롯데와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모두 1분기 호실적을 예고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으로 여겨진다.

호텔신라가 1분기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출혈 경쟁을 지양하자는 데 면세업계의 공감대 형성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9월14일 면세점을 이용하는 국민 편의를 높이고 면세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면세산업 발전 간담회’를 열고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크게 3개 분야에서 15대 추진과제를 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면세점 경영 안정화 지원과 관련한 ‘과도한 송객수수료 정상화’다.

관세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면세산업 발전 협의회’를 열고 “면세점 간 출혈 경쟁 완화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 관행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관세청과 한국면세점협회는 면세업계의 송객수수료 지급 실태를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송객수수료를 정상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청의 움직임과 관련해 “사실 한 업체만 수수료 싸움을 계속하겠다고만 나왔어도 관세청의 뜻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데 업계가 뜻을 모으고 다들 자발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위해 노력하다보니 수익성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면세업계의 엉업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공감대 형성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하늘길이 막히자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는데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면세업계의 매출에서 50~60%를 차지하던 중국 보따리상의 비중은 90%까지 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여러 나라가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함에 따라 한국에 방문하는 자유여행객과 개별패키지 여행객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도매상 성격이 강한 중국 보따리상과 비교해 구입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자유여행객 및 개별패키지 여행객들의 매출 비중이 유의미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면세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업계 동향을 살펴봤을 때 조만간 면세사업 실적을 발표할 호텔롯데와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모두 1분기 실적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는 비상장사라 실적과 관련한 추정 자료가 없다. 다만 지난해 면세사업부에서 이어지던 매출 및 매출총이익 증가세가 올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디에프 역시 비상장사지만 1분기에 호실적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세계디에프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세계 분석리포트에서 “백화점의 마진은 하향하지만 면세점의 마진은 상향한다”며 “신세계면세점은 입국과 출국을 모두 커버하는 채널로 면세점 반등이 백화점 둔화보다 부각될 때다”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신세계디에프가 1분기에 별도기준으로 매출 7020억 원, 영업이익 25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1분기보다 매출은 9.1% 줄어들지만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올해 사상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순매출 2조2571억 원, 영업손실 661억 원을 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