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출시 2주 만에 저작권 침해 논란을 겪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가 새 게임을 출시하자마자 또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엔씨소프트가 출시 2주 된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아키에이지 워’의 표절을 문제 삼았는데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6일 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한 엔씨소프트의 소송을 놓고 예상됐던 결과라는 시선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저작권을 침해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며 서울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아키에이지 워가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입장이다.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를 개발한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김택진 대표이사와 함께 ‘리니지’를 만들어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개발자다.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이 보인 유사성이 MMORPG라는 같은 장르에서 나올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으며 무단도용과 표절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게임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과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에서 비슷한 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아키에이지 워는 저작권법이 어느 정도까지 유사성을 허용하는지 시험해보는 기준이 될 것이란 조롱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출시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신작이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내놓은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악몽이 떠오르게 됐다.
당시 출시 후 흥행가도를 달리던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의 한국 이용자 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마차시위와 환불소송에 시달린 끝에 이용자 이탈과 매출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아키에이지 원의 장기흥행을 기대했는데 난감에 상황에 몰렸다. |
아키에이지 워는 6일 모바일게임 매출순위에서 구글플레이 기준 3위, 애플 앱스토어 기준 2위에 올라있다.
조 대표는 올해 2월8일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키에이지 워의 장기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초반부터 ‘표절시비’가 붙으며 쉽지 않은 난관을 만난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소송은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수 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가 2021년 6월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1심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에 더 중요한 것은 게임 이용자들의 여론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주식 토론방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재 카카오게임즈를 향한 게임 이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듯하다.
조 대표는 2월8일 콘퍼런스콜에서 “(아키에이지 워는) 원작 아키에이지를 계승한 게임으로 빠른 육성과 다양한 경쟁 등이 특징이다”며 “모바일 MMORPG의 새로운 방향 측면에서 퀄리티나 기술이 상당히 진일보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발언을 보면 아키에이지 워가 원작의 지식재산(IP)을 토대로 개발됐고 MMORPG 장르의 보편성보다는 새로움이 첨가됐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넥슨코리아와 아이언메이스가 게임 개발 정보 무단 유출과 관련해 벌이는 공방도 카카오게임즈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코리아는 ‘프로젝트P3’를 개발하던 직원이 퇴사해 새로운 게임사를 차린 뒤 프로젝트P3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넥슨코리아의 신고로 글로벌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은 다크 앤 다커 페이지를 폐쇄했다.
중소게임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코리아의 개발정보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넥슨코리아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개발정보 유출과 카카오게임즈 아케에이지 워의 ‘표절논란’은 결이 다르지만 크게 보면 게임 지식재산(IP) 보호의 측면에 들어가는 만큼 카카오게임즈도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아직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전달받지 못해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