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동서식품이 김광수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했다. 동서식품의 수장 교체는 10년 만이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평정한 동서식품은 최근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마케팅 전략 강화의 포석으로 읽힌다.
▲ 김광수 동서식품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동서식품 캡슐커피 '카누 바리스타'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1년 출시된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의 성공 신화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
17일 동서식품에 따르면 캡슐커피 '카누 바리스타'의 소비자 접접 확대를 위해 팝업스토어를 3월 중에 열기로 했다.
앞서 동서식품은 지난달 14일 캡슐커피 브랜드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고 커피머신 2종과 캡슐커피 14종을 내놨다.
그동안 동서식품의 마케팅을 책임져온 김 사장은 카누 바리스타 출범에 맞춰 TV광고와 함께 SNS 이벤트를 여는 등 대대적인 홍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마케팅 솜씨가 이번에도 발휘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앞서 동서식품은 2012년 독일기업 보쉬와 손잡고 캡슐커피 브랜드 '타시모'를 론칭했지만 경쟁 브랜드인 네스프레소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의 벽을 넘지 못한 아픔 경험이 있다.
당시 동서식품의 캡슐커피 사업 부진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목됐다. 우선 국내 캡슐커피 시장이 걸음마 단계였고 캡슐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선호도와 수요도 문제였다. 또한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사보다 적었던 캡슐커피 종류 등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홈카페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절치부심했던 동서식품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1천억 원대에서 2022년 4천억 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서식품은 10년 만에 대표이사 교체라는 강수를 두며 캡슐커피 시장에서 성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 사장은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 성공 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카누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카누는 출시 11년 만에 연간 판매량 15억 개를 기록하며 동서식품의 '효자'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러한 성장세에도 김 사장은 만족하지 않고 매해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카누를 계속해서 개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누 미니'다. 카누의 양이 많아 스틱 1개를 나눠먹는다는 소비자 반응에 따른 것이다. 이밖에 카페인이 빠진 '카누 디카페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카누의 브랜드 전략 역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12년 동안 카누의 광고 모델로 활동한 배우 공유씨는 '인간 카누'라 불릴 정도로 카누의 브랜드 이미지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공유씨가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2007년 방영) 이후 커피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꼽히면서 김 사장이 그를 눈여겨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김 사장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패키징 디자인과 카누 팝업스토어 운영 등 마케팅으로 카누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인스턴트 커피 국내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하는 동서식품이 캡슐커피 시장에 재도전하는 것은 글로벌 식품기업과의 합작사라는 태생적 한계도 한몫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1968년 동서그룹과 미국 식품기업인 크래프트(현 몬델리즈)가 지분 50대50의 비율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몬델리즈와의 계약으로 인해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도 해외 시장 진출은 할 수 없어 동서식품은 성장에 제약받고 있다.
실제로 동서식품의 매출은 10년 넘게 정체돼 있다. 동서식품은 2011년 당시 매출 1조5026억 원을 냈는데 2020년 1조5577억 원, 2021년 1조5495억 원, 2022년 1조6152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김 사장은 1985년 동서식품에 입사한 뒤로 2008년 베버리지 마케팅 이사, 2020년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입사 초기부터 국내에서 다소 생소했던 시장조사를 통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 시장 선두 지위를 지켜냈다.
김 사장의 마케팅 철학은 명확하다. 마케팅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이 아니라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친구처럼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서식품이 톱스타 광고 모델과 장기간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심-안성기(1983년)'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이나영(2000년)' '맥심 화이트골드-김연아(2012년)' '맥심 티오피-원빈(2008년)' 등 맥심 제품과 광고 모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했다.
이들이 출연한 맥심의 TV광고는 대중에게 맥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켜 제품 판매량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