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무의 성과라고 강조하는 사업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김동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등 형들과 비교해 비교적 경영수업이 늦었다는 점을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전무(사진)의 성과로 강조되는 한화그룹의 신사업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김 전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다. |
다만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러 사업과 성과에
김동선 전무의 이름표를 붙이는 모습이 다소 조급해 보인다는 목소리도 있다.
10일 한화그룹의 유통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움직임을 보면 '
김동선표 사업' 혹은 '
김동선표 성과'를 부각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1호점을 6월 말에 연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
김동선 전략본부장 주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유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김동선 본부장을 중심으로 조리법부터 서비스까지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2월 한화갤러리아에 부임한 김 본부장이 브랜드 검토부터 계약 체결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한 첫 번째 신사업이라고도 덧붙였다.
9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4년 만에 흑자전환한 소식을 전하면서 역시
김동선 전무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100억 원 이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 △디지털 서비스 확대 △펫 객실 운영 등
김동선 전략부문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다양한 고객 유치 전략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온라인 및 디지털 서비스 확대를 통한 젊은 고객 모시기는 김 전략부문장이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안 중 하나다"고 소개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설악쏘라노가 8월 워터밤 행사를 열게 된 것도 김 전략부문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워터밤 행사는 물놀이와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여름 축제로 해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한화갤러리아는 앞서 2월에도 '
김동선 신사업'과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전략본부장이 1월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스페인으로 향해 한 이베리코 농장을 찾았다는 소식을 알리며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신사업 발굴과 사업성 검증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이런
김동선 전무 알리기는 한화그룹의 3세 경영 틀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한화그룹의 유통과 레저 계열사를 도맡을 김 전무가 향후 경영전면에 나설 때를 대비해 '
김동선표 사업' '
김동선표 성과'라는 이미지를 계열사 곳곳에 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감지되지 않았다.
2021년 말까지만 해도
김동선 전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피리미엄레저(PL)그룹장 상무로서 사실상 승마 관련 신사업 정도를 담당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당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도 "김 상무가 승마 국가대표를 지냈던 만큼 승마사업에 주력하고 있을뿐 다른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지난해 1월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김 상무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장에 보임된 뒤부터 부쩍 경영보폭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의 신사업전략실장으로 발령받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의 신사업을 모두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김 상무는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신사업 추진의 공을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으며 한 달 뒤인 11월에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의 전략본부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맡고 있던 직함도 기존 미래전략실장에서 전략부문장으로 최근 바뀌었다.
김동선 전무의 행보는 대외적으로도 매우 활발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과 직접 만나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 계약 관련 약정서를 체결했다. 올해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불과 1년 만에 다방면에서 보이는
김동선 전무의 행보는 '한화그룹 유통과 레저 계열사를 주도할 오너 3세'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한화그룹 차원에서 김 전무를 배려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전무는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등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에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며 뿌리를 내린 형들과 비교해 비교적 경영수업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한화건설에서 신사업전략팀장으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2017년 1월 불미스러운 사건 탓에 한화건설을 사직했다. 그해 9월 말 구설에 또다시 오르면서 그는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로 복귀하기까지 거의 4년을 한화그룹 밖에서 돌았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형들보다 계열사에서 늦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김 전무에게 한화그룹 안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형들이 이미 주력 계열사 수장 역할을 하는 마당에 김 전무가 한화그룹 오너 3세 경영 시대에 동참하려면 성과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신사업의 성과를 너무
김동선 전무의 공로로 포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무와 함께 신사업을 추진한 본부장과 실장, 팀장 등 여러 임원들의 공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김 전무의 '젊은 고객 유치 전략' 덕분에 실적이 개선됐다고 강조했지만 이 과정에서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담당하는 여러 임원과 각 지점 총지배인의 노력이 컸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김동선 전무가 경영보폭을 확대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초 결혼한 직후부터다.
김 전무는 지난해 초 종합편성방송사 앵커 출신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10월에 뒤늦게 알려졌다. 김 전무는 결혼 시기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미래전략실 태스크포스장을 맡으며 한화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