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가 연달아 개최된다.

17일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신한금융(23일), 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24일), JB금융(30일)이 이사회에서 상정한 주요 안건에 대해 주주들의 판단을 받게 된다. NH농협금융은 3월 중순에 주총일을 확정할 예정이다.
 
[데스크리포트 3월] ‘이슈 풍년’ 금융지주 주총, 쟁점은 회장 배당 사외이사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왼쪽)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올해 금융지주 주총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속에 이자장사로 돈 잔치를 했다는 비판이 주주환원 확대 요구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주주총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4명의 수장들이 전달할 경영 메시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제도 개편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새로 진용을 갖춘 사외이사진이 최종 선임될 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 새 얼굴 대거 등장, 국민연금 반대표 행사 여부 쏠리는 눈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데뷔 무대를 갖는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주총 안건으로 각각 진옥동임종룡 사내이사 선임 승인을 받는다. 내정자 신분을 벗어나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을 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연금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을 무산시켰다. 지난해 12월 구 대표의 연임 결정에 대해 경선과정의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퇴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모 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국민연금 측과 접촉해 주총 관련 사전 교감을 나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그 만큼 무시할 수 없는 표심인 것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는 뉴 신한의 새 판을 구성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우세하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도 전문성을 갖춘 경제관료 출신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완성이라는 과제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명분이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의 경우 취임하긴 했지만 정기 주총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 내정자도 이번 주총을 통해 공식 회장 자리게 오르게 된다.

◆ 주주 원성에도 금융당국은 자제령, 주주환원 확대될까

금융권 개혁 방아쇠가 된 대규모 이자이익 성과급 나눠먹기와 관련해 격앙된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주주환원 확대 여부도 이번 주총에서 눈여겨 볼 이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7개 상장 은행지주에 공개주주 서한을 발송해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등 시장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금융당국의 자제령이 변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월 신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배당확대와 관련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며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 원장은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는데 이 경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또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총 안건으로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KB금융은 배당성향은 26.0%로 유지하되 3천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기로 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33%로 높였다.

신한금융도 배당성향은 전년 26.0%에서 22.8%로 낮아졌지만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자사주 1500억 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췄다.

하나금융은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1%포인트 높인 27%로 결정하고 연내에 15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배당성향(26%)을 전년보다 0.7%포인트 상향하고 첫 분기배당을 예고했다.

이와 달리 JB금융은 얼라인자산운용과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어 주총 대결이 불가피하다. JB금융은 얼라인이 요구한 주당 배당 900원이 과도하다고 평가했고, 사외이사 추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한 상태다.

◆ 금융당국 으름장에 대거 교체설, 뜯어보니 실질변동 미미한 사외이사진 

4대 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2023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7명을 새로 선임한다. 금융당국 압박으로 대규모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다.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4명 가운데 1명을 바꾸며 사외이사진에 큰 변화를 꾀하는 셈인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선제적 교체를 통해 쇄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는 정관과 내부규범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최대 재임기간을 6년(KB금융은 5년)으로 제한해놓고 있다.

K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3명(김성용·여정성·조화준)을 새로 선임했는데 교체 대상 3명 모두 최대 재임기간 5년을 꽉 채웠다.

아직 최대 재임기간을 채우지 않은 3명은 그대로 재선임된다.

신한금융은 재선임이 필요한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8명을 그대로 중임하기로 했다. 남은 2자리는 채우지 않고 전체 사외이사 수를 줄이기로 했는데 이 중 1자리가 최대 재임기간 6년을 채우면서 빈자리가 됐다.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8명 가운데 6명을 그대로 재선임하고 2명을 바꾸기로 했는데 2명 모두 아직 최대 임기 6년을 채우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4명 중 2명을 바꾸는데 2자리 모두 기존 과점주주 몫으로 재추천이 이뤄진다. 남은 2명 중 1명은 그대로 유임되고 1명은 과점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자리가 사라진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 대다수가 최대 재임기간 제한에 걸리기 전까지 연임을 하는 셈이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