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카드가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도 첫 배당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나카드는 따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하나카드의 지분을 100%까지 확대하면서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 하나카드는 2022년 첫 배당을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에 배당금 550억 원을 지급한다.
22일 하나카드 홈페이지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2014년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으로 통합 하나카드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규모는 모두 550억 원으로 전부 하나금융지주로 들어간다. 하나카드는 하나금융지주의 100% 완전 자회사다.
하나카드의 이번 배당 결정은 2014년 이후 첫 배당이라는 점 외에 하나카드의 순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보통 기업은 실적을 기준으로 배당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192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3.4% 감소했다.
하나카드는 배당 결정 공시에서도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지분 변화가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하나카드 지분율이 85%에서 100%로 확대됐는데 이 점이 바로 하나카드의 배당 결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하나카드 지분을 SK텔레콤(15%)과 나눠 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지분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지분율이 100%가 됐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하나카드가 배당하면 SK텔레콤에도 배당금이 돌아가게 되는 구조였는데 지분율에 변동이 생기면서 배당금이 모두 하나금융지주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때 SK텔레콤은 3300억 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하나금융지주 지분 3300억 원어치(지분율 3.1%)를 매입했다. 동시에 하나카드는 SK텔레콤 지분 684억 원어치, SK스퀘어 지분 316억 원어치 사들이는 등 1천억 원을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 관련 계열사에 투자했다.
금융지주는 아니지만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그룹에서는 주주 구성에 따라 배당 여부가 갈리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2015년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뒤 몇 년 동안 배당을 중단해 관심을 모았는데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당시 지분을 나눠 들고 있던 삼성그룹과 이익을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나카드가 2021년에도 배당 여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결정했지만 2021년에도 배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카드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이 4135억 원가량으로 배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은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잉여금을 처분하고 남은 잔액을 다음 연도로 이월시키는 잉여금으로 이 값이 양수로 나타나면 배당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카드의 2020년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은 1753억 원 정도이고 2019년과 2018년, 2017년과 2016년은 모두 사업보고서의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 칸이 비어 있다.
하나카드는 2019년까지는 대손준비금을 쌓느라 배당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차화영 기자